서울행림초 최경희 교사의 ‘행복 나눔’ 노하우
나눔 교육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중요하지만 교과 공부하기에도 벅찬데 나눔 교육까지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달 27~28일과 3~5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나눔한올 행복한올 실천하는 인성교육 직무연수’에 참여한 초등 교사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학급경영이나 교육과정 내에서도 얼마든지 나눔이 깃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일 나눔 교육 사례를 강의한 서울행림초 최경희 교사가 밝힌 나눔 교육 노하우를 소개한다.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하라=“우웩, 더러워. 쟤네들은 왜 저렇게 더러운 물을 먹어요? 물이 없으면 사 먹으면 되잖아요.”
오염된 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빈곤 아이들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물이 없어 오랫동안 물을 먹지 못하거나 살기 위해 더러운 물이라도 마실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 아무리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 ‘상상해 보라’ 해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최 교사는 먼저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 이제부터 나눔을 실천하는 학급이 되자’고 교사 홀로 선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선생님 책상에 놓인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을 보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나눔에 눈을 뜬다.
최 교사는 “나눔 교육은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학업성취도가 낮아 열등감이 있었던 아이들도 ‘나도 누군가를 돕고 무엇인가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종의 ‘성공’ 경험을 통해 긍정적 자아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 스스로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강의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나눔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 보고 공유하도록 했다. 교사들은 나누면 스스로 행복해지기 때문에 ‘나눔은 행복 충전소다’, ‘나눔은 무지개다’, ‘나눔은 교사 자신이다’ 등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렸다. 최 교사는 “결국 나눔이란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주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와 함께 주고받는 것, 서로의 입장과 조건을 이해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교실에서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나눔은 ‘소통’이다”라고 설명했다.
나눔을 권장‧지지하는 교실 환경을 조성하라=그렇다면 나눔을 교육과정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그는 “학교 현장에서 나눔 교육은 크게 세 방향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나눔을 주제로 한 학급 경영, 둘째 학년이나 학급 교육과정 속에서 가르치는 것, 셋째 교과와 연계해 가르치는 것 등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특색 활동으로도 편성할 수 있다.
우선 나눔을 권장하고 지지하는 교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눔 칭찬 릴레이, 나눔을 주제로 한 동화를 읽고 서로의 생각 나누기, 자연·시간·재능·지식·기술·돈·물품·마음 등 나눔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리고 동기 부여하기 등이다. 매월 12일이 나눔의 날인 것에 착안해 12일이 들어있는 주를 중심으로 나눔 텃밭 가꾸기, 나눔 장터, 용돈의 1%를 누군가를 위해 나누기, 기아 체험하기 등 1년의 학급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이밖에도 학급 단위에서 실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유니세프의 아우 인형 만들기 프로젝트 ▲사랑의 열매 나눔 체험학습관 현장학습 ▲초코파이로 어떻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견 공유하기 등이 소개됐다.
최 교사는 “모둠이란 단어 대신 공동체란 단어를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조 이름은 믿음, 희망, 사랑, 우정, 배려, 나눔으로 정해주고 한 달마다 공동체 구성을 새로 해 그 달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를 좀 더 많이 수행하도록 노력하게 만들라는 설명이다.
연수에 참여한 서울신길초 고영희 교사는 “나눔이란 ‘Before’→‘After’, 즉 상대방에게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가진 게 없다, 시간이 없다, 능력이 없다고 핑계를 대왔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 교사는 “교실에서 함께 실천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하다”며 “아이들에게도 이런 기분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