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역사수업. 16일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우리학교 6.25 참전 학도병 탐구대회’는 초․중학교뿐만 아니라 고교에서의 참여와 탐구형식 역사교육 모델 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처음 시작된 대회에는 24교 36팀 146명의 고교와 학생들이 참가했다. 서울 노원고 ‘겨레얼’ 팀이 최우수상을 받았고 서울고, 성남고,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등 5개 고교가 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우리학교 학도병 선배 연구하며
애국심 생겨…“태극기 달았어요”
▨ 스스로 계획‧자발적 참여=최우수상을 차지한 서울 노원고(교장 김재홍) ‘겨레얼’팀은 “대회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너무나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홍예성(고2) 군은 “교과서를 보면 6.25전쟁은 3~5페이지로 짧게 요약됐고 ‘인천상륙작전’이나 ‘1.4후퇴’와 같이 굵직한 사건 위주로 짧게 소개돼 있다”며 “자료를 찾다 보니 교과서에 학도병 관련 이야기는 한줄 정도밖에 안 나와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박훈범(고2) 군 역시 “전체를 훑는 암기위주 교육으로 세부적 내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내놓은 결과는 ‘6.25 참전 학도병의 호국정신과 숭고한 희생전신을 기념하고, 잊혀져가는 학도병에 대한 탐구를 통해 순국선열에 대한 보훈정신을 함양 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깊이 있고 진정성 있었다. 4명으로 구성된 ‘겨레얼’ 팀은 학도병이 활동했던 수많은 전투 조사는 물론 현충원, 전쟁기념관 등 관련 기관도 방문했다. 학도병 출신 선배가 없는 까닭에 학도병이 있었던 서울고와 용산고를 찾는 한편 재향군인회와 6.25 참전유공자회를 통해 참전 학도병을 물색해 인터뷰하기도 했다.
<표 참조>
홍 군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입시에서 벗어나 스스로 찾고 감동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존경심과 애국심이 생겼다”며 “지난 6월 25일에는 집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말했다.
▨ 참전 선배 인터뷰: 피부로 느낀 역사=“우리 선배님들은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에 분연히 일어나 펜을 던지고 총을 잡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자유는 학도병 선배들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따른 것임을 잊지 말자.” 서울고(교장 장천) ‘경희궁의 영웅’ 팀은 ‘호국 교풍의 성립 배경과 계승 방안 고찰’을 주제로 학교설립 역사와 참전 선배들과의 인터뷰, 계승방안 등 연구를 수행했다.
서울고는 6.25전쟁 당시 457명의 학도병이 참전했으며 전사자 수가 33명으로 가장 많다. 총동창회는 이런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1956년 개교 10주년을 기념해 교정에 포충탑을 건립, 동문 학도병 명단을 새겼다. 2010년에는 ‘6.25전쟁 참전기념비’를 설립하는 등 호국 학풍이 남다른 학교다.
송한(고3) 군은 “선배들이 이렇게 힘들게 나라를 지켰는데 무관심 했던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꼈다”며 “지금 내 나이에 두려운 마음을 극복하고 전장에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송 군은 또 “만난 선배님들 대부분은 ‘왜 요즘에는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치느냐, 그걸 생각하면 혈압이 막 오른다’며 입을 모아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선배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호국정신을 꿰뚫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동아리 등 교내 응용, 지속적 실시가 관건=노원고 우보영 교사는 “스스로 탐구하고 알아낸 것을 공유하는 교육은 특히 효과가 높다”며 “교내 대회나 특별활동 등 다양하게 응용해 현장에 적용한다면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사는 “입시에 관계없이 실시할 수 있도록 1, 2학년생 대상의 대회가 늘어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인식 형성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군은 “동아리를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며 “교지편집부에서 호국 교풍을 빛낸 선배들의 ‘커버스토리’를 싣는다든지 UCC를 활용한 영상 제작도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 장천 교장은 “우리 학교는 매년 육군사관학교 방문, 현충일 현충원 참배, 창체 시간에 교내 현충시설 순례하기 등 다양한 역사인식 강화교육을 하고 있다”며 “비교과 시간에도 꾸준히 실시해야 자연스럽게 호국정신을 기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