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학기가 지났다. 신학기는 언제나 그렇듯 설렘과 우려가 교차한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하고 성적처리와 각종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방학이 필요한지 모른다.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져보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족했던 부분이 있으면 연수를 듣거나 현장을 찾아 경험의 폭도 넓혀야 한다.
방학은 하계와 동계 및 학기말 휴가를 의미한다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다. 학생의 건전한 발달을 위한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재충전의 의미를 가진 방학은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학교급 간 차이는 있지만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는 대부분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고입의 자기주도적학습 전형과 대입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서 중등 교육도 입시중심의 교육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방학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학기 중에 진로나 동아리활동에 치중한 만큼 방학 중에는 학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계획을 세우다보니 과거보다 더 보충수업의 양이 많아지고 그만큼 교사들의 피로도 심해지고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기 중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경험하고 싶었던 일을 방학으로 미루지만 막상 방학이 되면 학기 중보다 더 여유가 없다. 인문계 고교생들은 방학을 줘도 휴가는커녕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에 시달려야 한다. 아이들이 방학을 통해 얻는 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히기 위한 지식은 개인의 진학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나 창의적 인재로 미래를 살기 위한 지식은 아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방학을 통해 전공 지식을 더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좀 더 실감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필요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박제된 지식만으로 교단에 서는 것은 교사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자율학습이란 그럴듯한 명칭을 붙여놓고 사실은 강제학습을 진행하듯이 방학도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입시 학원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라도 교육 주체가 나서 방학의 의의와 교육적 함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