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에 원폭(原爆)이 떨어진 지 68년 되는 날인 지난 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2박3일 일정으로 ‘한·중·일 평화교재실천교류회’가 열렸다. ‘근현대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주제로 매년 3국이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이 교류회에 우리나라는 최대욱 한국교총 부회장을 단장으로 6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중국에서는 교육과학문화위생체육공회(중국교육공회) 위안마오칭 부주석 등 5명, 개최국 일본은 오카지마 마사키 일교조 서기차장을 비롯한 20명이 대표로 나왔다.
이 교류회의 연원은 2003년 일교조의 제의로 ‘일본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해 일교조-교총, 일교조-중국교육공회가 각각 교류를 갖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러던 것이 2006년 한·중·일 3국이 공동 개최에 뜻을 모으고, 그해 북경에서 3국의 최대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첫 교류회가 성사됨으로써 명실공히 동북아 역사교육을 조망해볼 수 있는 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정기적 교류를 갖는 것은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교육 실천을 위한 교재개발 및 수업으로 아시아를 넘어 인류의 공동번영 추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3국 대표단의 자국 역사교육 개요와 주제 보고서에는 전쟁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반성과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이 나열돼 있다.
하지만 이번 교류회에서도 서로가 일정 부분 인정했듯 자국사 중심의 역사인식은 3국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데 걸림돌이자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교류회 첫해부터 참가했다는 한 일본 측 인사는 “이런 집회를 계속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로 교류회의 연속성에 더 의미를 뒀다. 중국 관계자는 “각국이 정서(情緖)와 관련되는 부분은 줄이고, 역사적 사실 속에서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에둘러 밝혔다.
우리 측 대표단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을 볼 때 일본 내에서 양심적 지식인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교류회에서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기보다 각국 이해관계의 단면을 엿보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전쟁 가해국(加害國) 관계자들이 전쟁의 피해에 대해 장황히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역사교육의 미래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