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유·초·중·고 무상급식 지원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는 “세수가 워낙 부족해 보편적·선택적 복지 논쟁을 할 여력조차 없는 형편”이라는 입장이고, 도의회와 도교육청 등은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적 셈법에는 큰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육, 우리 교실의 모습이다. 지난주 한국교육신문 1면에는 등줄기에 흘러내린 땀으로 셔츠를 흥건히 적신 채 수업을 받는 서울의 한 고교 교실 풍경이 사진으로 실렸다. 비단 이것이 서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고, 경기도의 경우라고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한국교총은 경기도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해 “무리한 무상 교육복지 시리즈가 급기야 ‘예산폭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며 차제에 무상급식을 비롯한 고교 무상교육, 무상 돌봄교실, 무상 보육사업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놨다. ‘찜통교실’도 벗어나지 못하는 학교재정을 고려할 때, 우선 학교 살리기와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면서 추후 재정 여유에 따라 보편적 무상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조875억원이던 교육복지비는 2011년 3조2196원으로 3배나 증가했지만 학교 살림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교총이 최근 실시한 ‘학교 살림살이 실태조사’에서 교원들은 학교기본운영비 부족으로 ‘냉난방을 못해 학생들이 수업을 힘들어 한다’(60.5%), ‘교수·학습자료 구비 및 체험활동 등을 못해 교육이 위축되고 있다’(55.7%), ‘노후·파손된 시설보수가 어렵다’(57.4%), ‘비새는 교실이 있다’(37.6%)며 열악한 공교육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학교운영비 부족 원인에 대해 ‘무상 복지예산 증가’를 제1요인으로 꼽은 것은 물론이다.
무상 교육복지 정책들이 학교재정을 압박해 도리어 가장 기본적인 교실복지를 방치하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다. 보편적 무상 교육복지를 추진하기에는 ‘후진적 공교육’의 개선이 너무 시급하다. 전기료 부담에 냉방을 제대로 못해 개학을 연기하는 학교가 부지기수인데 무상복지 확대가 급할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경기도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계기로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