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재 유치·대학평가 위해
베징대·칭화대 등 장학금 경쟁
성적만능주의·교육왜곡 논란도
지난 6~7월은 중국 900여만 입시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던 기간이었다. 6월 7~9일 전국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대학입학고시가 끝나고 수험생들은 숨 돌릴 새 없이 자신의 성적을 예측해 지원 대학에 원서를 제출해야 했다. 베이징 시처럼 입학고시 전에 미리 원서를 제출하는 지역도 있기는 하나 보통 시험이 끝난 후 일주일 안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서 제출 후 대학에서 입학통지서가 발급될 때까지 근 한 달 동안 수험생들은 긴장의 나날을 보낸다.
이 시기 대학들의 신경전 역시 수험생들 못지않다. 되도록 많은 우수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수학생이라면 중국에서 ‘장원(壯元)’ 으로 불리는 각 성(省․ 한국의 시·도에 해당) 수석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요즘 중국에서는 수석 유치를 둘러싼 대학들의 경쟁이 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쟁의 선두에 선 대학으로는 베이징대, 칭화대를 꼽을 수 있다. 2013년 중국 학우회 넷에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1977년부터 2012년까지 각 성 수석 중 베이징대에 입학한 학생이 69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칭화대로 520명이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칭화대에 입학한 수석 숫자가 베이징대를 추월하기 시작해 2008년~20012년 사이에 세 번이나 베이징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에 따라 큰 부담을 느낀 베이징대는 시급히 수석 유치를 위한 정책을 조정하기도 했다.
홍콩지역 대학들에서 대륙의 수석을 쟁탈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연속 3년 동안 홍콩의 대학들에서는 근 30명의 수석을 유치해갔다. 이 현상이 내륙지역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수석경쟁이 더 가열되는 계기가 됐다.
대학들이 수석을 선호하는 데는 주로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천여 년 동안 중국에서 관리등용 방식으로 도입됐던 과거제의 영향으로 중국 사회에서 시험에 대한 숭배 인식이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900만 입시생 중 각 성의 수석은 32여명에 불과하다. 해마다 수석이 ‘탄생’하는 7월에는 매스컴이 떠들썩할 정도로 수석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가 높다. 때문에 대학에서는 수석을 유치함으로써 대학의 인지도를 높이고 더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자기 대학을 지원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원인은 수석 학생을 입학시키면 입학성적평가지수가 높아져 대학평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수석 유치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장학제도다. 장학제도에 가장 큰 힘을 기울이는 것은 홍콩지역 대학들이다. 홍콩대, 홍콩 중문대, 홍콩 시티대 등의 대학들은 입학생 중 수석에게 일인당 40~50만 홍콩달러(약 7900만원)를 장학금으로 수여해 왔다.
이에 베이징대에서는 2008년부터 장학제도를 개혁해 수석들에게 최고 5만 위엔(약 10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해, 총 1000만 위엔(약 20억 원)을 신입생들 장학금으로 배분했는데 이는 2007년의 무려 5배에 달한다. 그러자 칭화대에서도 신입생 장학금을 2만 위엔에서 4만 위엔으로 인상했고 수석 학생이 칭화대 인문계열 전공을 지원할 경우 6만 위엔을 추가 지불한다고 선포했다.
지방대들의 수석유치 야심도 만만치 않아 2013년 6월 지린성에서 개최된 입시설명회에서는 상하이교통대 미시간학원 주임 왕양(王陽)이 수석을 위한 장학금으로 90만 위엔(약 1억8000만 원)을 마련해뒀다고 선포했다.
장학금 수여 방식은 각 대학마다 다르다. 이를 테면 베이징대는 전액장학금, 반액장학금 두 종류를 수여하는데, 반액장학금은 2만5000 위엔, 전액장학금은 5만 위엔이다. 반액장학금은 모든 신입생에게 지급되며 전액장학금은 학생 자신이 신청을 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우수학생’에게 우선 지급하는 원칙을 적용한다. 칭화대의 경우 성적순에 따라 지불하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지키며 ‘우수신입생 해외연수장학금’을 만들어 칭화대에 입학한 우수학생들에게 해외 유명대학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학금으로 수석을 유치하는 현상은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전파한다는 비판과, 대학들의 수석유치 경쟁이 대학 이미지를 상승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대학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베이징대에서 처음으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행동에 나섰다. 2013년 6월 베이징대에서 개최된 입시 브리핑에서는 친춘화(秦春華) 학생처 주임이 장학금으로 수석을 유치하는 행위를 비판하고 “베이징대가 올해 입학시킨 수석과 평균성적 10명 이내 신입생 수치들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 사회적으로 수석에 대한 숭배현상이 존재하고 교육에 경쟁 이념을 도입하고 있는 한 중국 대학들의 수석유치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입시경쟁 또한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