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50% 축소, 점수 산출도 않기로 다 퍼주고도 돌아온 건 ‘평가 못 받아’ 지표마다 혁신학교와 안 맞는다 트집
“차라리 평가 거부를 하게 두는 게 낫겠다.” 서울시교육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혁신학교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평가안을 확정하고 지난달 28일 혁신학교 교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편람 설명회를 본 한 교육계 인사의 소감이다.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공개된 평가지표들은 혁신학교 교사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 7월29일 공청회 당시보다 크게 후퇴했다. 우선 평가영역·지표 별 점수배점을 모두 없애고 공청회 당시보다 지표도 50% 정도 축소했다. 또 평가 항목별로 우수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원하는 만큼 기술하도록 해 대상교의 자체평가 결과를 평가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 평정은 점수를 산출하지 않으며 평가항목별 A(우수), B(보통), C(개선요망) 평정만 남도록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연구진들은 평가목적이 혁신학교 개선 방안마련과 정책 방향 재정립에 있다는 점, 혁신학교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며 우수·개선점을 기술하면 정성평가로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점, 혁신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표를 대폭 줄이고 비치자료를 100% 없애는 등 부담을 최소화 하기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부단히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종합토론에서 드러난 혁신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은 지난 7월 공청회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데 이미 방점이 찍혀 있는 이들의 반응은 ‘노력은 가상하나 여전히 혁신학교 평가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교육청이 아닌 연구용역에 의한 평가니 학교는 평가를 안 받을 선택권도 있는 것 아니냐’, ‘연구진이 계량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교육청이 혁신학교 간 서열화를 해 활용할 기초 작업이다’, ‘수준별 수업 실시율 지표는 혁신학교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혁신학교 만족도는 초등 저학년이 높은데 조사대상을 초6, 중3, 고2를 대상으로 하면 의도적이고 편협한 결과가 나온다’, ‘정량평가로 구성된 제2영역 자료를 17일 만에 제출하라는 것은 폭력이다’, ‘차라리 개발원이 보조를 고용해 정보공시 자료를 분석해 써라’ 등등….
짜 맞춘 듯 이것도 저것도 혁신학교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한 것이다. 서울형 혁신학교평가를 반대하는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행정법원에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3조 2항에 ‘교육감은 평가가 실시되는 해의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교평가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혁신학교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9조 3항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며 “소송의 근거로 제시한 시행령은 향후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를 규정하는 조항으로 현재 추진 중인 평가 대상 기간인 2011~12학년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예정된 평가결과보고서 제출일은 오는 10월31일이지만 이마저도 설명회에 참석한 혁신학교 교감 등 관계자들의 ‘현장 의견을 받아들여’ 11월 이후에나 결과보고서가 나올 전망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혁신학교 관계자의 말처럼 연구진의 노력이 정말 가상해 보였다. ‘평가 자체를 받을 생각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노력을 한들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표준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지표도 혁신학교와 맞지 않고 저 지표도 혁신학교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수준별 수업은 그들이 좋아하는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학습에서도 얼마든지 구성원 개개인 별로 가능하며,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교수학습법이다. 혁신학교 만족도가 초등 저학년이 높으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왜 낮아지는 지 그 원인을 살펴야 하는 것이 평가다. 자료도 못 내놓고, 그렇다고 보여주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공교육의 표준’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가가 주체이던 시·도교육청이던 목적을 가진 학교는 모두 평가를 받는다. 전원학교, 학력향상중점학교 등이 그렇다. 혁신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사도, 평가도 받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한 교육계 인사의 말처럼 ‘평가 결과로 드러날 것들이 그렇게 두려운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