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관계자들은 정책별로 찬성과 우려가 엇갈렸다. 전형간소화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잦은 대입정책 변경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또 한국사 대입반영, 성취평가제 반영 유예 등은 환영했지만 수시 논술 비중과 정시 모집 비중 확대에 따른 사교육 증가를 걱정했다.
이번 시안에 대학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학생선발 과정이다. 교육부는 수시전형 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이렇게 될 경우 수시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원하지만 수능 반영이 제한되면 정시에서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산호 중앙대 입학처장은 “새 방안이 적용된다면 대학이 정시비중을 늘리고 수시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수시 비율을 유지하더라도 고교학력 격차가 반영되지 않는 학생부를 보완, 논술 반영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수능최저기준을 없애면 논술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일선 고교에서 논술 지도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전형 간소화를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학생부 전형에 포함시켰다. 이미경 입학사정관협의회장(서울여대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전형과 통합하면 대학들이 비교과와 면접 등 절차가 복잡한 현행 제도보다 교과 성적 위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정관의 50% 이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심민철 대입제도과장은 “공교육정상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입학사정관 역량강화를 위한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평가항목 등에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년 이 사업 예산으로 1200억 원을 배정해 놓았다. 올해 입학사정관 도입지원사업에는 395억 원이 투입됐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회․지리․윤리 등 타 사회교과의 반발이 있지만 학생들의 역사 인식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지가 대세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는 “우리 교육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균형 잡힌 인재를 기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 설문에서 전국 교원의 85%가 도입 연기에 찬성했던 성취평가제가 대입 반영 유예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교영 경북대 입학본부장은 “성취평가제보다는 기준이 명확한 현행 제도가 대학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안도했다.
이번 발전방안의 핵심인 ‘문·이과 폐지’는 고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찬반의견이 팽팽했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는 “문·이과 융합교육은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통합교육이 가능하도록 입시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현재 융합교과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이므로 교육과정을 먼저 정리하고 입시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순서”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한편 대학들은 이번 방안이 대학의 선발권 침해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입학전형 간소화 ▲학생부 반영 비중 ▲한국사 반영여부 등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돈으로 대학의 학생선발 등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며 “대입제도 신뢰와 제도 안정성을 위해 선발권을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