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강변의 16세기 건축물인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노보데비치 묘역(Новодевичье кладбище)에는 러시아 최고의 희극배우인 유리 블라지미로비치 니꿀린(Никулин, Юрий Владимирович)의 묘석이 있다.
그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과 행복을 줘 최고의 희극배우가 됐지만 고아와 결손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큰 업적을 남겼다. 모스크바 남쪽에 고아와 결손아동을 위한 예술서커스중점학교인 ‘15번 학교’를 서커스 중점 기숙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 했을 때 시 주석의 아내인 중국 인민배우 펑리위안(Peng Liyuan) 여사 일행이 학교를 방문해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콘스탄티노브나 교육담당 부교장(Константиновна)은 “고아인 아이들을 위해 일반교과목은 인근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수업을 받게 하고 기숙학교에 돌아오면 서커스 교육을 중점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졸업 후에는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모스크바 시내의 니꿀린 서커스 극장에 취업하거나 영화·연극 관련 대학 등에 진학해 예술가로 활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술 서커스중점학교의 교육을 알고나서 한동안 그 동안 서커스 극장에서 웃으면서 봤던 곡예사들의 묘기와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행히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은 서커스 기술취득에 열중하는 밝고 활기찬 모습이어서 고아나 결손아동이라는 것으로 인해 위축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5번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 알렉세이 바라소프(모스크바국립대 4학년)는 학교를 안내하면서 “비록 고아나 결손아동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밝고 서커스에 대한 애정이 높다”며 “졸업하는 학생들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별도의 장학금 등이 연금형태로 지급돼 졸업과 동시에 일반학교 졸업자에 비해 자립도가 높다”고 했다. 국가차원에서 예술교육 인재 육성과 고아·결손아동의 필요를 연결해 새로운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러시아의 교육제도에는 이런 정책적 배려가 담겨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sia-Pacific Centre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이 수행하는 ‘한-러 교사교류’ 사업에 이 학교가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매년 ‘아동양육시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악, 연극, 영화, 무용, 음악, 미술 등 6개분야의 전문 예술 강사를 파견해 아동복지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에게 문화예술을 체험·학습·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후의 자립문제가 여전히 하나의 이슈다. 무엇보다 자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해야 하는데 퇴소 아동의 경우 취업률은 높은 편이지만 소득과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에 주로 취업하고 있어 자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와 정책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