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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교육개혁포럼’에 거는 기대

“교직의 위상이 약화됐다면, 교원 스스로 전문적 소양을 쌓아 학부모와 사회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교직은 노동직이 아닌 ‘전문연구직’ 임을 교원 자신이 증명해 보여야만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4일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 ‘새교육개혁포럼’ 창립선언문 중 일부다. 이 포럼은 ‘교육 제자리 찾기(Back to the basic)’를 모토로 내세운 현장 교원들이 중심이 되고, 전문직 연구단체를 지향하는 한국교총이 창립을 주도했다. 이런저런 이름을 붙인 포럼이 넘쳐나고 있지만 현장 선생님들 스스로 연구에 매진하고, 현장에 적합한 실천적 대안을 찾아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포럼이 출범한 것은 흔치않다.

고통이 된 교육, 교원이 나설 때

교총에 따르면 몇몇 뜻있는 교원들이 모여 포럼창립준비위를 꾸린 것이 지난 9월 초순이다. 창립총회를 갖기까지 불과 두 달 만에 개인 1600여 명과 교과교육학회·교과동호회 등에서 3000여명 등 5000여 명에 달하는 현장 교원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지금도 매일 수십 명이 가입신청서를 낸다고 하니 교실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현장의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교육자들은 분단과 전쟁, 빈곤이라는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대한민국을 빈궁(貧窮)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국으로 성장시킨 동력이 우리 교육자와 우리의 교육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영광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만큼 대한민국 교육사는 자랑스럽고, 그 중심의 선생님들은 존경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교교육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선생님들의 권위는 심각히 침해받고 있다. 오로지 교육으로 부흥한 나라에서 범인(凡人)들조차 교육을 걱정하고, 교육과 교육자를 홀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며 가꾸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 우리의 모습,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땀 흘린 우리의 자화상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바로 이것이 ‘새교육개혁포럼’이 출범한 이유다. 현장의 선생님들이 수업을 통해 교실 변화를 이끌며 현장에 적합한 정책개발에 앞장서는 등 교육본질 회복에 나서고, 교원단체도 기존의 낡은 프레임에 갇혀 기득권에 집착한다거나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지 않고 오로지 학생을 위하고 학교교육 발전에 진력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포럼은 이를 구체화시켜 ▲교육정책의 싱크탱크 등 현장중심 연구운동의 구심체 역할 ▲정치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항존적 교육가치 추구 ▲정부·정치권에 앞서는 교육현장 주도의 정책선도와 지식의 양산 주체 ▲‘교직 전문직주의’의 상징 ▲‘교육한류’의 중심 주체 등을 5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보고서·의견서를 수시로 내고, 교사연구지 발간·교과연구회 활성화는 그 산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창립총회 대회사를 통해 “정부수립 전부터 한국교총은 제2대 오천석 회장을 중심으로 정부보다 앞서 일제잔재교육 청산과 민족교육, 교육제도의 민주화, 문맹퇴치 등 ‘현장과 교원 중심’의 ‘새교육개혁 운동’을 주도했다”고 상기하며 과거의 ‘새교육개혁 운동’과 같은 교육자 중심의 교육 재건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포럼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현장 교원들이 부단한 자기연찬을 통해 정치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교수·학습 방법과 정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인기영합주의에 기댄 교육공약들은 대부분 허술하고, 수많은 것을 한 번에 바꿔버려 오히려 부작용만 심화시켜 왔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 교원들이 피폐해진 학교 현장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귀를 열고, 어떻게 화답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공이산의 끈기로 나서야

교총은 올해 안에 1만여 명의 선생님들이 포럼에 가입할 수 있도록 홍보와 안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과정과 교과난이도 및 학습량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1차 포럼에 이어 ▲자유학기제 개선 방안 ▲관학(官學)유착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교과서 이념 논쟁을 벗어나려면… ▲교육부, 시·도교육청의 장학편수기능 허와 실 등 향후 포럼의 주제까지 내놓고 있다.

현장 교원들의 바람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를 알고 길잡이를 하는 것이야말로 교원단체의 큰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교총이 ‘교육 제자리 찾기’를 주도함으로써 교원단체의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한다. ‘새교육개혁포럼’은 대한민국 교육이 다시 비상할 때까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끈기로 논쟁하고, 토론하며, 연구·실천할 것을 믿고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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