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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준비 없는 초등 돌봄교실 확대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24만 명에게 오후 5시까지 '돌봄 교실'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시설 수용 학생들 대상으로 밤 10시까지 저녁 돌봄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방과 후에 집에 가도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돌봄기능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리하게 학교에 떠맡기는 정책은 학교교육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돌봄교실은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한 것으로 교육서비스라기보다는 보육서비스다. 부모들은 보육기능을 넘어 방과후 교육을 바라고 있지만 학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고 학교현실은 멀기만 하다.

무엇보다 현재 돌봄교실은 준비가 미흡하다. 초등 돌봄교실 확대 발표 후 신청자는 정부 예상보다 급증했지만 정작 학교는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겸용 교실 마련, 돌봄교사 채용, 교육 프로그램 등이 미처 마련되지 않았다. 또 돌봄교실의 보육기능을 10시까지 연장한다면 전담 인력을 두더라도 학교장이나 담당교사가 인력 및 시설관리, 학생안전 등의 책임때문에 심리적·육체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학교교육에 지장을 준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핑크빛 전망만 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현실을 고려해 돌봄교실을 운영해야 한다. 많은 수요만큼이나 질 높은 보육 및 교육서비스가 제공돼야 부모들이 만족하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교실을 교육청, 지자체,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단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청․지자체는 운영 주체로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돌봄강사와 시설을 확보하고 학생안전에 힘써야 한다. 또 학교시설을 이용할 때 담당교사나 강사의 책임을 명확히 해 학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아울러 정책 시행 전에 학교의 여건, 지자체의 예산, 돌봄강사나 관리교사의 의견 등을 종합·검토해 학교 현실에 부합하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학교의 운영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인기영합에 함몰돼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른 많은 사례와 같이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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