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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제가 그렇게 나쁜 학생인가요?

수업하러 들어온 교사가 제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는 학생에게 “너는 왜 서 있니?”라고 묻는다. 학생은 “제자리에 누가 분필로 낙서해 앉을 수가 없어요” 하고 답한다.

그때 교사는 “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수업 종이 치면 제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펴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지”하며 약간 짜증을 낸다.

학생도 지지 않고 “네. 하지만 낙서 때문에 앉을 수가 없잖아요” 한다.

다시 교사가 “걸레 가져다가 닦는데 1분이면 될 텐데 아직 서 있는 건 뭐니?” 반문하자, 학생은 “1분 더 걸려요”라고 응수한다.

화가 난 교사가 직접 걸레를 가져다 닦고는 “1분밖에 안 걸렸네!” 하자, 학생은 “우리 반은 걸레 닦고 그렇게 가져다 놓으면 안 되고 빨아서 널어둬야 해요” 한다.

반 아이들 모두가 “와” 하고 웃자 선생님은 화가 나서 결국 학생을 야단친다.

수업이 끝나고 교사는 교무실에서 이 학생을 ‘이상한 아이’라고 다른 교사에게 말했고, 학생은 ‘교사가 자신을 수업방해 하는 나쁜 학생으로 만들었다’며 화가 나서 나를 찾아왔다.

이런 대화는 학교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데 이건 대화가 아니라 싸움이다. 학생과 교사 서로가 지지 않겠다고 싸우는 것이다. 교사는 ‘자신이 한 말에 순종하지 않고 버티는 학생이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해 분노한 것이고, 학생은 ‘교사가 자신의 억울함은 헤아려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수업방해 학생 취급’해 화가 난 것이다.

만약 이 순간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생각해 한 번 더 질문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네 의자에 낙서해 화가 많이 났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이제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넌 어떻게 하고 싶니?”라고 공감을 한 뒤 상황설명만 했더라면 아이는 다소 짜증이 났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일단은 자리에 앉으려 했을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감정을 수용해주지 않으면 대화는 싸움으로 끝나기 쉽다.


이와는 반대로 감정만 수용해야 하는데 행동까지 모두 수용해 학생의 행동을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담임교사에게 수업태도가 산만한 학생을 추천받았다. 그 다음 날 한 학생이 자신이 추천된 것에 대해 심히 우울해하면서 “학교 다니기 싫어요” 하자, 덜컥 걱정된 담임교사는 “아니야, 그럼 하지 마. 선생님이 이야기해서 너 빼 줄 테니 걱정마” 하면서 반 학생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감정과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여 행동까지 모두 수용한 경우다.

그래서 난 그 학생을 보내달라고 해서 대화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먼저 수업시간에 산만한 학생으로 지목된 것에 대한 자괴감, 자신이 보기엔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것 같은데 자신만 추천된 것에 대한 억울함, 반 친구들이 자신을 문제 친구로 볼 것 같은 시선에 대한 불편함 등 여러 가지로 학생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을 해줬다.

그런 다음 “그런데 너는 정말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추천했다고 생각하니?”라고 묻자 학생이 “아니요”라고 답한다. 이렇듯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고 이번 기회에 너의 이미지를 바꾸어 볼 생각은 없는지 다시 물어보니 흔쾌히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학생은 누구보다 성실히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그 뒤 수업태도가 많이 좋아졌다.

이처럼 감정과 행동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수용해버리면 학생의 행동은 수정되기 어렵다. 학생의 부정적 감정은 공감을 통해 수용해줘야 하지만 학생의 잘못된 행동은 제한해야 한다. 이 사례로 우리 학교 교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게 됐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학생의 행동보다는 감정을 먼저 수용해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해 행동까지 과도하게 수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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