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09.17 (화)

  • 흐림동두천 28.2℃
  • 구름많음강릉 27.4℃
  • 구름많음서울 31.3℃
  • 구름많음대전 33.9℃
  • 구름조금대구 34.3℃
  • 구름조금울산 31.1℃
  • 소나기광주 28.5℃
  • 구름조금부산 31.8℃
  • 구름많음고창 30.5℃
  • 맑음제주 29.9℃
  • 흐림강화 26.2℃
  • 구름조금보은 32.9℃
  • 구름많음금산 34.0℃
  • 흐림강진군 28.0℃
  • 구름조금경주시 32.7℃
  • 맑음거제 31.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학술·연구

공부를 못 하겠어요…



1학년 남학생이 찾아와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공부가 어떻게 안 된다는 건지 물어보니 집에서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만 앉으면 친구들과 놀고 싶고 휴대폰 만지고 게임하고 싶어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는 현실의 냉혹함을 모르고 철이 없어서 하는 소리라며 아이를 혼내거나 훈계를 한다. 심하면 휴대폰을 빼앗거나 컴퓨터 사용도 제한을 두면서 아이를 통제하려고 한다.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외부통제를 통해 아이가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아이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하게 돼있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대부분 공부로 인한 성공경험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했을 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단지 어른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것 즉,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이는 머리로 아는 것이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가상으로라도 한번 느껴볼 수 있도록 해줬다. 아이의 눈을 감기고 천천히 가상의 세계로 데리고 들어갔다.

“자, 이제 선생님이 성적표를 가지고 교실로 들어오셔서 한명씩 불러서 나눠주시는데 네 이름을 부르는구나. 앞으로 나가 성적표를 받고 펼쳐보니 마지막에 평균 80점이 보이는구나. 보이니?” 하고 물으면 아이는 어리둥절하다가 계속 “보이지?”하고 재촉하면 보인다고 한다. 그 때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너에게 성적표를 주니?”하면 아이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터라 그냥 “잘했구나”라고 한다고 답한다.

그때 나는 “그렇지 않아, 아마 선생님은 매우 놀라는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 하실거야. 애들아, 이번에 영철(가명)이 평균이 30점이나 올라서 우리 반이 일등을 했단다. 영철아! 열심히 공부하더니 드디어 해냈구나. 넌 해낼 줄 알았어. 우리 모두 영철이에게 박수를 쳐주자, 짝짝짝”하면서 기분을 잔뜩 고양시킨다.

계속해서 친구들 반응과 집에 갔을 때 엄마의 표정, 반응을 구체적으로 묻고 아이의 대답보다 훨씬 오버해 반응해주면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통한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줬다. 아이는 눈을 감고 있는데 얼굴 표정이 즐겁게 바뀌더니 매우 행복한 모습을 한다.

눈을 뜬 다음 “네가 친구들과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 사먹고 컴퓨터 게임할 때의 즐거움과 방금 느낀 즐거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즐거웠니?” 했더니 아이는 당연히 후자라고 하면서 “이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한다. 그 뒤로 이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

이 경우처럼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성취감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순간적인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성취감을 한번이라도 오감을 통해 맛본다면 자신의 일시적인 즐거움의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