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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시험 때만 되면 배가 아파요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찾아와 자신은 시험 기간만 되면 배가 아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는 시험시간 중에도 배가 아파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기위해 나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시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신체화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으로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즉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신체적인 증상을 나타내 심리적 갈등을 회피하는데 이때 무의식이 얻는 이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숨기고 싶은 것, 예를 들면 자신이 머리가 나쁘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시험을 망쳤다는 것 등을 숨길 수 있고 둘째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격려 등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의식에서 의도한 것이 아니므로 본인에게 말하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이 학생에게 일단 건강한 자아방어기제인 ‘예견’을 사용하도록 해봤다. 예견이란 실제적이든 또는 잠재적으로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일이든 내적인 불편감이나 걱정스런 일들을 미리 생각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예상하면서 그에 합당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에게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보도록 한 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할 것이고 원하는 외고를 못가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무시한다는 것의 의미를 물어봤다. 상담 결과 결국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할 것이란 생각은 실체가 없고 학생 스스로 생각해낸 것임을 알게 됐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직업도 반드시 외고를 가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고를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고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알고 보니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강한 소망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상담 후 이 학생은 시험을 비록 못 치더라도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할 것이란 생각에서 벗어났고 진학문제 또한 반드시 외고를 가야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됐다. 자연히 그 뒤에는 시험 때가 돼도 배가 아프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사용하는데 이를 무분별하고 충동적으로 사용하면 병리적이 된다.

또 다른 경우 밤만 되면 귀신이 나타날 것 같아서 잠을 잘 수 없다고 찾아온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경우에도 역시 ‘예견’을 사용하도록 도왔다. 귀신이 나타날까봐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아예 귀신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거나 귀신을 스스로 불러보도록 했다. 즉, ‘귀신이 나타나면 너에게 뭐라고 말할 것 같니?’ ‘그럼 넌 뭐라고 말해주고 싶니?’ 하면서 계속 귀신과 대화를 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이제 귀신을 아이가 직접 불러서 이야기 해보도록 했다. 이처럼 한참을 대화하도록 한 다음 마음 상태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제 무섭지 않다고 했다. 이 아이 역시 그 다음부터는 잠을 잘 잤다고 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면서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러냐’며 오히려 혼을 내곤 한다. 진정한 상담이란 나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따라가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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