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특색사업 운영 최종경 경기 안곡초 교장
학부모·학생에게 직접 우쿨렐레·드럼 가르쳐
“소통하는 학교, 공교육 위기 극복할 수 있어”25일 오전 경기 안곡초등학교 방송실. 기타를 닮은 악기, 우쿨렐레를 품에 안은 연주자 12명이 ‘큐’ 사인을 기다렸다. 줄을 살짝 튕겨 보고 악보도 넘기면서 긴장감을 떨치려 노력했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온에어(On-Air)’에 불이 켜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능숙하게 연주를 시작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동요 ‘꼬부랑 할머니’ 반주가 울려 퍼지자 학교 곳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교실마다 학생들은 TV 모니터에 등장한 우쿨렐레 연주자를 바라보며 동요 부르기 삼매경에 빠졌다. 뒤이어 ‘진주 조개잡이’ ‘동물농장’ 등 노래 2곡이 흘렀다. 흥이 나 어깨를 들썩이는 학생, ‘짝짝’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학생…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껏 음악을 즐겼다.
연주자들에게 이날은 특별했다. 지난 몇 달간 갈고닦은 실력을 전교생 앞에서 처음 공개한 날이기 때문이다. 생애 첫 우쿨렐레 발표회에 나선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학부모들이었다.
안곡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쿨렐레·드럼교실이 대표적. 일주일에 두세 번, 학교 음악실에서 진행된다. 수업에 필요한 악기는 학교에서 제공한다. 수업료도 무료다. 덕분에 관심 갖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음악 교실이 학부모들에게 인기 만점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종경 교장이 지도 강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에 짬을 내 직접 우쿨렐레와 드럼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2005년 대장암을 판정받았습니다.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접했어요. 드럼, 기타, 트럼펫, 색소폰…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독학했습니다. 음악 덕분에 건강과 마음의 여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지요. 건강을 되찾고 나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2011년 지금의 학교로 부임했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대상 우쿨렐레·드럼 교실도 그중 하나입니다.”
왜 하필 음악일까. 최 교장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소통해야 학교가 살아나고, 학교에 생기가 돌아야 공교육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교생 1인 다악기 교육 프로그램과 3~6학년 대상 드럼교실, 안곡 A-POP 밴드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음악 리더십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가 커졌다는 점이다. 학생과 교사의 거리감도 사라졌다. 학교 분위기가 말 그대로 ‘화기애애’해졌다. 학부모 박미선 씨는 “드럼·우쿨렐레를 배우면서 교장선생님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좋은 부모, 행복한 엄마가 되는 법에 대한 조언부터 인생 상담까지 해주신 덕분에 멘토가 생긴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서소해 씨도 “우쿨렐레 교실에 참여하면서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학부모뿐 아니라 선생님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학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몇 달 후면 임기가 끝난다. 그는 “요즘 남은 정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며칠 전 2학년 학생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멋쟁이 교장선생님께’라고 시작하는 편지였죠.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학교에 머물면서 음악 특색사업을 제대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학생·교사·학부모와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