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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활 ★난 선생님>“오케스트라는 학생만 하나요? 교사들도 할 수 있어요”

경기 T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힐링’할 곳 없어 더 힘든 교사들…
매주 하모니 이루며 활력 찾아

교육계 소문나 월 2~3회 초청 연주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 노하우도 배워

실력은 달라도 함께이기에 ‘하나’
해외공연 통해 음악외교 펼칠 것




‘입시경쟁과 교권추락, 인성교육 부재로 고통 받는 학교에 음악으로 에너지를 불어넣자’며 교사들이 똘똘 뭉쳤다. ‘경기 T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한미숙 경기 내양초 교장·이하 경기T오케)의 모토다. 학생 오케스트라는 전국 985개교에서 운영될 만큼 활발하지만 그동안 교사 오케스트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 지역 교사들이 그 첫 발을 내딛은 것.

경기T오케는 파구스필하모니 상임지휘자이자인 차평온 씨가 지난해 2월 창단했다. 그는 “학생 생활지도 붕괴, 학교폭력, 과중한 업무 등에 교원들의 스트레스, 마음의 상처는 갈수록 깊어지는데 이들이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교원들이 즐겁고 신바람 나야 학교도 즐거운 공간이 된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교사 오케스트라였다”고 창단 계기를 밝혔다.

10명의 단원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재적인원 60여명을 웃돌 만큼 급속도록 성장하고 있는 경기T오케는 매주 화요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 모여 연습한다. 김포나 화성, 부천 등 성남에서 꽤 멀리 근무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연습을 거르지 않고 있다.

1일 오후 여섯시 반. 악장인 김성일 화성 동학초 교사가 단원들과 능숙하게 악기 튜닝에 나섰다. 곧이어 지휘자의 사인과 함께 연습이 시작됐다.(사진) 첫 곡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아를르의 여인’ 2번(‘L’Arlesienne Suite No.2) 4악장. 첫 소절이 끝나자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너무 부드러웠다. 조금 더 비장한 느낌으로, 모든 음에 스타카토를 주라”고 주문했다.

다시 시작된 합주. 거짓말같이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이 연주됐다. 지휘자의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눈짓이나 손짓이 단원들에게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그는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반복연습을 꼼꼼히 진행하는 한편 좋았던 부분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지만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단원들이기에 악보가 주어지면 무리 없이 연주해내지만 실력도 천차만별이라 몇 배 더 노력하는 멤버도 있다. 한미숙(경기 내양초 교장) 단장은 경기T오케에서 유일한 교장 단원이다. 그는 “20~30대 젊은 교사들과 동등한 실력을 갖추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하지만 힘든 것도 잊을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가 아니기에 혼자 연주하면 음색도 볼품없고 재미도 없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다 같이 연주하면 내 악기와 다른 악기가 어우러지며 모두의 음색이 아름다워 진다는 거예요. 이런 매력을 알고부터는 학교에서 전교생 바이올린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또 월요일 훈화 시간에 클래식을 들려주고 설명을 곁들여줬더니 아이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실버타운 봉사연주 위주로 활동했던 것이 요즘에는 교육계에도 소문이 나 각종 교원연수 초청이 잦아져 이제는 한 달에 최소 2~3차례 연주회를 갖는 경기T오케. 지난 5월에는 세월호 참사로 취소됐던 교총 ‘스승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개막연주를 맡았었다. 연주곡들은 대부분 ‘미션임파서블’, ‘캐리비안의 해적’, ‘오페라의 유령’같은 영화음악이나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세미클래식을 선택하는 편이다.

지휘자 차평온 씨는 다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교사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선생님들은 목표의식이 뚜렷한 것 같다”며 “공연 날짜가 잡히면 어려운 곡을 받았더라도 엄청난 집중력으로 해내고야 말더라. 같은 시간을 연습해도 결과는 4~5배가 차이 날 정도로 우수하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악기 소리 가득했던 연습실이 이번에는 왁자지껄한 단원들의 수다소리로 가득 찼다. 학생오케스트라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서로 좋은 악보를 주고받는 한편 정기연주회 레퍼토리, 악기 구입 절차 및 노하우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학생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지휘도 맡고 있는 김성일 교사는 “연습 때 지휘자를 보면서 리더십이나 테크닉 등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며 “공연했던 곡을 편곡해 학교에도 적용해보고 곡의 핵심이나 지휘의 포인트 등 모르는 부분을 지휘자께 물어보며 도움을 받는다”고 밝혔다.

성남초에서는 세 명의 교사가 경기T오케에 몸담고 있다. 송희진 교사는 “사실 동 학년이 아니면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데 오케스트라를 계기로 수업이나 업무적인 측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밝혔다. 김희숙 교사도 “공연이 잡히면 교장․교감선생님도 적극 지원해주신다”며 “기회가 되면 오케스트라에서 배운 음악적 영감을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직 단원이 부족한 파트도 있고 공연경험도 풍부하지 않지만 경기T오케의 목표는 해외공연을 통한 음악외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방학 중 해외 소도시로 찾아가는 콘서트를 열거나 해외 교육자들과 교류활동을 하며 한국의 교육과 클래식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차평온 씨는 “단원이 대부분 여성이라 관악기 파트가 부족하다”며 “트럼펫이나 호른 연주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은 언제든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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