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7 (목)

  • 구름많음동두천 18.1℃
  • 구름많음강릉 22.0℃
  • 구름많음서울 17.1℃
  • 구름많음대전 17.7℃
  • 구름많음대구 18.4℃
  • 맑음울산 20.7℃
  • 구름많음광주 18.3℃
  • 맑음부산 20.1℃
  • 구름많음고창 17.8℃
  • 구름많음제주 19.5℃
  • 흐림강화 16.6℃
  • 구름많음보은 15.0℃
  • 구름많음금산 15.7℃
  • 구름많음강진군 18.2℃
  • 맑음경주시 20.3℃
  • 구름많음거제 19.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AI 시대,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2022년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지식 생산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일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 중 하나이다. 지식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며, 학습 수준에 따라 자료를 제시하는 일은 언뜻 보기에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에 교사는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자극적 물음이 아니라, 오늘의 학교가 반드시 정면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AI는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대응 방안에 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특히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우려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는 교육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의 의미를 지식 전달로 제한할 경우, AI는 기존 교사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어 보인다. 특정 지식을 학습자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하고,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며,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능은 AI가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미 도입된 다양한 AI 코스웨어와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도하였던 AI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구현하였으며, 생성형 AI의 발전에 따라 이와 같은 기능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의 의미를 지식 전달 이상으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래된 관점이기는 하지만, 교육이 전인적 발전을 목표로 하거나 지식 이상의 정서 및 도덕의 변화를 지향할 때, 그리고 최근 더욱 중요하게 주목받고 있는 고차적 사고 능력과 같은 역량의 발전을 목표로 할 때 인공지능의 역할과 기능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학생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협력하고, 삶과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제공만으로는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가 지식 전달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학생의 성장을 해석하며, 학습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 AI 시대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인 한국의 경우, 향후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래 교육을 국가적 수준에서 구현해 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학생 1인 1디바이스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AI디지털교과서의 개발과 적용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과 학교 현장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더 이상 일부 연구자나 개발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제 교실 수업의 변화와 연결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교사 전문성 개발 차원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5년 전부터 전국의 교육대학원에 AI 융합교육 관련 석사과정이 설치·운영되면서 해마다 상당수의 현직 교원이 관련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교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AI·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이르는 ‘인공지능 활용 선도교사 연수’ 또한 많은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지난 2년간의 교육혁신 연수 참여 인원까지 합하면 3만 명 정도 규모의 교원이 이러한 연수 경험을 갖게 된다. 


또한 2022년 이후 지속되어 온 AIEDAP(AI EDucation Alliance & Policy Lab) 사업은 단순한 AI 도구 활용을 넘어, AI 융합교육을 실제 수업에서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스터 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현재 시점까지 4천 명의 마스터 교원을 육성하였으며, 올해도 신규 마스터 교원 3천 명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의 인공지능 이해와 활용 역량을 갖춘 교사를 포함하여 전체 40만 교원 가운데 대략 10% 정도가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전달자를 넘어, 설계자로서의 교사 
이처럼 AI 활용과 AI 융합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원의 전문성 개발은 궁극적으로 학생의 고차적 사고력과 사회정서 역량의 발달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단순히 지식 전달의 도구나 매체로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AI를 활용하여 학생의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차적 사고를 촉진하고, 주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교사는 더 이상 전달자가 아니라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학습촉진자)로서의 설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일정한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은 제한된 수준에 머물게 되며,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목표로 하는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의 주도성·자기조절·자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 환경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교사의 전문적 설계 활동과 수업 실행은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교육적 활동과 목표를 더욱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다. AI 기반 교육활동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구현될 수 있는 측면은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를 포함하며,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첫째, 맞춤형 교육의 설계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학교·교과·학급 단위로 이루어지는 교육 실제에서 교사들은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학생의 학업 관련 데이터와 분석 결과에 노출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의 맞춤형 교육을 제시할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Human-in-the-loop의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의 자동화된 과정 속 결정적인 지점에 교사의 판단을 결합하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교사는 인공지능의 판단 체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것을 검증하고 조율하는 전문성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할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전인교육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교육에서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온 가치와 맞닿아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코로나19의 경험과 AI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약화된 자기주도성·자기관리·공감·의사소통과 같은 역량을 교육 장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I로 대변되는 기술 문명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립, 관계의 단절, 정서적 위축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는 최일선의 사회적 노력은 결국 학교 현장의 인간 교사에 의해 구현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AI 관련 문제들을 학교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그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 역할 역시 교사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AI의 기술적 기능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이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셋째, 융합교육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결정적이다. 현재까지 지배적인 교육패러다임은 여전히 교과 단위의 교육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영어·수학·과학·음악·체육 등 각 교과 수준의 수업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STEM이나 STEAM과 같은 융합교육이 시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부분적인 실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가 하나의 교육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AI 융합교육은 새로운 교육적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기존의 데이터 과학 중심의 논의를 넘어 AI가 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초·중등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대부분의 교과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 내용을 AI 관련 내용과 어떻게 융합하여 가르칠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AI 융합교육 관련 대학원 과정의 설치와 AIEDAP 사업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교사는 개별 교과의 내용을 AI 지식과 사회적 맥락에 비추어 새롭게 해석하고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AI 시대에 교사의 생존은 단순히 피할 수 없는 위기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AI가 교육과 우리 사회에 던져 놓은 가능성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교사에게는 새로운 전문성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전문성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이자 도구가 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교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교육의 의미 속에서 교사가 자신의 역할과 전문성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