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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친구들이 돼지라고 놀린다면

몸집이 우람한 남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상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친구들이 자꾸 자기보고 ‘돼지’, ‘돼지’하며 놀린다는 것이다.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수업시간에 뭔가 발표하려고 일어서면 앞쪽 여학생이 이죽거리며 다른 친구에게 수군거리는데 ‘돼지’라는 말이 분명히 들린다는 것.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한 대 때리고 싶어도, 어쩔 수밖에 없이 참아야 해서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때리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초등학교 때 이미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놀림을 참지 못해 친구를 심하게 때렸고, 아버지에게 자신은 더 심한 매를 맞은 뒤 경찰서까지 끌려가 ‘한번 만 더 친구를 때리면 경찰서에 넣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아이에게 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치는데, 더 심한 폭력과 협박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참 많이 안타까웠다. 이런 방법은 아이에게 일시적으로 폭력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게 돼 결국 더 큰 폭력을 불러오게 만든다.
 
그렇다면 담임선생님에게 이르는 방법은 어떨까. 이럴 경우 선생님은 친구를 놀린 여학생을 불러서 야단을 치고, 다시 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른 학생들에게 훈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놀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사소한 일로 선생님에게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놀림 받은 학생이 ‘왕따’를 당하는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자신의 분노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필요하다.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도록 하면 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아가 불안해지면 여러 가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건강한 방어기제로 억제, 승화, 예견, 유머 등이 있다.
 
나는 이 학생에게 유머로 그 상황을 이겨나가도록 도왔다. 일단 수업시간에는 억제의 방어기제로 문제해결을 보류시킨 후, 쉬는 시간 그 여학생에 다가가서 손으로 자신의 코를 위로 올려 돼지모양을 만든 뒤 ‘꿀꿀’하며 들이대보도록 했다. 여학생이 왜 그러냐고 하면 “네가 나를 돼지라 하니 내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게 맞지 않니?”라고 한 뒤, 마주칠 때마다 몇 번 더 돼지 흉내를 내보라고 하면 다시는 돼지라고 놀리지 않을 것이라고 처방해줬다. 그 아이는 시키는 대로 해봤더니 이제 아무도 자신을 돼지라고 놀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며, 이 학생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준 것이라 해결이 가능했다. 다만 보통 아이들이 놀림 받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대부분 대처방법이 미숙한 나머지 놀리는 친구들의 흥미를 더 돋는 바람에 더욱 놀림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놀리는 친구의 심리를 잘 파악해 그 친구가 원하는 반응과 반대되는 행동이나 말을 하면 ‘놀림’ 자체에 흥미를 잃어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이런 대처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혼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뿐더러, 더 나쁜 결과로 빠지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송종희 경기 수원북중 전문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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