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공무원에게 ‘해외여행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에 교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공무원에게 ‘7~8월 여름휴가 기간에 내수 진작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모 경제지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유는 ‘세월호 참사로 숙연한 분위기를 고려해야 하고,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라는 취지라고 한다.
일반인들도 ‘시대착오’ 비판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여행 금지까지 간섭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번 금지령에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시대에 맞지 않는 방침’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온라인은 온통 이에 대한 성토로 도배되고 있다. 이번 방침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알려주는 방증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리실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이제 와서 ‘아니다’라고 하는 모습이 더 궁색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처 협조 요청에서 분명 나온 사안인데, ‘지시한 적 없다’는 말만 놓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식 논리를 펴고 있으니 그렇다.
그래서인지 공무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은 듯하다. 금지령을 내놓고 파문이 확산되자 발뺌하는 식의 행위가 되풀이 된 것 아니겠냐는 식의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여름에도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해외여행 자제를 지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소동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해외여행 가기가 껄끄럽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예약을 마친 사람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해외여행을 가려면 관련 사항을 보고해야 하는데, 공식 발언이 나온 정황이 밝혀진 마당에 쉽게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요즘 정부가 진행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라 살림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의 노후 생계수단인 연금을 깎는다더니, 이번엔 내수를 살린다며 ‘해외여행 금지령’까지 내린다고 하니 공무원을 정부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
기본권에 대한 고려 있어야
실제로 공무원 연금 개악안에 대한 불신은 교직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하반기 교원 명퇴 신청자가 서울 2300여명, 부산 960여명, 경기 760여명, 경남 440여명 등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연금 개악안’이 퍼지면서 연금 불안감 심리가 가중된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무원 해외여행 금지령 소동은 가뜩이나 ‘연금개악’ 분위기와 더불어 공무원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정부 관료들은 공무원 위에서 ‘갑’으로 행세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배려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할 것이다. 시키면 일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일하는 공무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신뢰하며 좋은 공무를 수행할 수 있다. 어려움에도 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을 때 국가가 바르게 서고 국민도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