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0교시 자율 학습'에 대해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니 8일 드디어 서울시 교육청에서 0교시 자율 학습을 단속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시 교육청은 7일 `서울 지역 일부 고교에서 학생들을 이른 새벽에 등교케 하여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었다'며, `곧바로 강제성 여부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강제적·획일적 자율학습이 학생의 심신 발달을 해치고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등교 시간은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새벽부터 강제적으로 자율 학습을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장학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실시하는 학사 운영에 대해서 감독하고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민원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며, 지금까지 그렇게 일 처리를 해 온 것으로 안다.
문제는 아무리 `반강제적·획일적'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어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그 내용을 본 학부모와 국민들은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0교시 억지 자율 학습을 시킨다고 생각할 것이며, 또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과 자율 학습을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비교육적이고 부도덕한 것인 양 비치면, 학생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학교와 가정에 그 파장은 매우 크고 심각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생활의 기본 습관이다. 옛날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하는 것을 권유해 왔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 왔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동요에서는 늦잠 자는 게으름뱅이를 잠꾸러기로 놀렸고,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시조에서는 늦잠 자는 아이에게 '상기 아니 일었느냐'고 꾸짖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도 남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는 근면 성실을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언젠가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학생의 조기 등교를 권장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아침에 일찍 등교시켜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준비시키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토록 교육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하고 습관화시켜 줘야 할 일이다.
아침부터 조는 아이가 생긴 주범은 `0교시 자율 학습'이 아니고 방과 후 집에 가서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받는 각종 과외수업, 컴퓨터게임 등이다. 잠을 잘 시간을 놓치고 생리적 리듬을 깨면서까지 밤늦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私)교육을 받느라 밤을 새우고 공(公)교육 시간에 잠을 자게 만든 우리나라의 삐뚤어진 교육 현실이 아이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밤늦게까지 과외를 받은 학생은 잠에 취한 상태로 등교하고 부족한 잠은 학교에서 잔다. 정상 수업시간에 교사에게서 받는 수업은 오히려 자장가로 들릴지도 모른다. 등교시간을 늦추면 아마 그들은 늦춘 시간만큼 야간 과외를 더 받고 컴퓨터 게임을 더 할 것이다.
심신이 왕성하게 자라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 가능하면 많이 재워서 건강하게 다음 날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 늦잠 자는 버릇은 심신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아침에 졸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시간에 재우는 것이 최선이다.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등교하여 아침부터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이 TV화면 가득히 나타나는 것을 보니 심히 민망스럽다.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0교시 자율 학습은 안 된다. 그런 비교육적인 처사는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찍 나와서 학생을 지도하고 노력하는 교사와 학교에 대해서는 그 싹을 키워주고 칭찬하고 상을 줘야 한다. 0교시 자율 학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찍 등교하여 공부하는 학교현장이 아니라 컴퓨터게임 또는 과외 수업을 받느라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의 가정을 교육부총리가 방문해야하고, 밤을 새워 가며 공부시키는 사교육 현장에 TV카메라를 갖다대어 그곳에서 문제점을 찾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옳은 대응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