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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미발령 교사의 사연

자라면서 주위 어른들께서 "너는 교사가 천직이구나' 하시는 말씀을 들었고, 교사가 되기 위해 국립 사범대에 진학했다. 대학 4년,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좀 더 폭넓은 사고를 가진 교사가 되기 위해 야학교사를 했고, 나이는 우리 또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움을 포기한 노동자에게 검정고시는 물론, 대학 진학도 도왔다. 덕분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대학생 제자를 두기도 했다. 그 때의 뿌듯함이란….

과 친구들과 늘 바람직한 교사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며 토론하고 고민했다. 그 노력은 우리를 한 발 한 발 참 교사의 길로 인도하는 계단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교사의 꿈은 대학 졸업을 하고 발령을 기다리던 중 국가의 일방적 약속 파기로 물거품이 됐다. 1990년 교육부는 국공립사범대 우선 임용 위헌판결을 소급 적용함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히 `미발령 교사'라는 딱지를 붙였고, 임용고시를 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임용고시는 국가의 정책실패를 미발령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단호하게 시험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교사라는 두 글자가 가슴 한 쪽에 멍으로 자리잡은 채로 이미 난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이 훌쩍 커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잊고 살고자 했던 교사라는 단어는 자꾸 눈앞에 커져만 갔다.

`그래, 기간제 교사도 교사인데 한번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구미교육청에 다녀오던 날은 마음이 무척 착잡했다. 하지만 교단에 서는 순간,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고 아이들을 익숙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래, 이 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야….' 담임도 맡아보지 못하는 반쪽짜리 교사지만 무척 행복하다. 더러 다른 교사들이 "왜 발령을 받지 못했어요?"라고 물어 오면 아직도 대답은 못하지만. 그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하나로 이렇게 인생이 뒤틀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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