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능연계, 정교한 교육과정 개발 필요 선택수능으로 중학교부터 수학/과학 무너져” 교육부 “과학계 반발 오해…축소 아닌 강화”
“과학 필수단위를 12로 하느냐, 14로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능이죠. 수능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단위 수가 많아도 결국 교육과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난 22일 한국교총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모아진 수도권 소재 8명의 과학교사들의 의견이다. 과학계가 국가교육과정개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 하루 전인 23일 토론회를 통해 15단위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 교육부는 마지막까지 과학 필수이수단위를 12단위 또는 14단위로 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에서 22일 과학교사들의 현장 의견을 다시 한 번 듣고 수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송일근 청주일신여고 교사는 “현재 인문계 학생들이 배우는 과학 시수가 16단위 정도 된다”면서 “역으로 계산해 보면 답은 나오지 않냐”고 했다. 송 교사의 이야기는 과학계는 물론 대부분 현장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런데 교육부 역시 ‘같은’ 이야기를 ‘달리’ 하고 있다. 과학 필수이수단위(12단위)를 확보하기 위해 공통과목 이수 후에도 일반선택과목을 1과목 편성해야 한다는 것. 즉, 필수이수단위 내에 공통과학 10단위가 포함되며, 필수이수단위를 확보하려면 공통과목 외 일반선택(기준 5단위)과목을 이수해야 하므로 필수 이수단위(12/14)와 관계없이 학생들은 최소 15단위를 배우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총론 최종안에는 교육부의 복안이 하나 더 숨어 있다. 기초교과에 국·수·영(각 각 10단위) 외에 한국사(6단위)까지 포함,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국·수·영 비중이 현재(평균 86단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사가 기초과목에 들어가면서 나머지 시간에 사회나 과학 선택과목을 더 배우게 될 것”이라며 “과학교육이 축소된 것이 아니라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과학계의 과학교육 축소 등의 반발은 ‘교과 이기주의’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셈이다. 최관순 인천과학고 교사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시수가 아니라 통합과학이 수능과목이라면 정교하게 교육과정을 잘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 교사는 “현재 융합과학은 들쭉날쭉한 난이도 문제가 있음에도 수능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통합과학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전윤영 경기평촌중 수석교사도 “선택수능의 여파로 중학교 단계까지 수학, 과학을 선택교과처럼 여겨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중1~고1까지 통합형으로 연속성을 갖게 되면 과학적 기초소양을 갖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