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도심에 위치한 도시속 작은학교는 이름 그대로 `작은' 학교였다. 학생수는 20명, 교사수는 자원봉사자까지 합쳐 27명. 한창 나이의 아이들이 부대끼는 10평의 공간. `1명의 아이에게 1평의 수업공간을'이라는 캠페인을 펴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2000년 한국청소년재단이 시작한 이 학교는 현재 마포 외에 구로동 남부 교실과 부산시에서도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얼마 후면 대학로에도 새로운 교실이 열린다. 마포와 남부 교실에 각각 2명의 상근교사와 25명, 15명의 자원교사가 있다. 인터넷이나 신문 홍보를 보고 지원한 자원교사들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학교의 특성상 자원봉사자들은 수업 외에도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나누려 애쓴다.
학생들의 연령층은 14∼19세. 대부분 학교의 딱딱한 규율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자퇴한 후 부모님의 권유로 이곳을 찾는다. 작은학교는 인근 학교를 통해 자퇴생의 입교를 요청하거나 자퇴생 명단을 받아 집으로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둔 직후가 아니라 대개 1,2년 정도 방황한 후에 작은학교로 온다. 그러다 보니 밤낮이 바뀐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작은학교는 좋은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 못 가겠다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수업에만 참여하지 못할 뿐 모두 우리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소풍이나 엠티를 함께 가도록 유도하고 집으로 소식지도 보내준다.
이곳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가정이나 친구가 연계되어야 아이들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상담은 물론 가정통신문을 통해 한달에 한번 아이들의 모습을 가정에 알리고 있다. 한 학기에 두 번 가정방문도 한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학생도, 직업인도 아닌 신분 때문에 힘겨워하지는 않을까. 대안교육센터에서 발급하는 작은학교 학생증이 생기자, 아이들은 `버스 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검정고시가 코앞이라 현재 대비 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평상시에 검정고시 수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작은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검정고시를 치른다. `정규학력'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가 합격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검정고시를 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아이들이 좀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힘든 점도 많다. 상근교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공간은 좁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탓이다. 재단 후원금과 대안교육센터에서 나오는 교사 인건비 200만원이 운영비 전부다. 검정고시학원쯤으로 여기는지 `시험 붙으면 여기 안 와요'라는 아이의 말에 섭섭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벽이 있던 아이가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잊어가고, 우울해 보이던 아이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도시지역 자퇴생 중에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다고 한다. 소규모 도시 대안학교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지방 대안학교에 비해 도시형 대안학교가 가지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도시 아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문화로부터 이탈되지 않고 ▲한 달 50만원 정도의 숙식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교사 수급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꾸준히 찾아오는 자원봉사들 덕분에 인력 문제는 비교적 넉넉한 상황이다. 체험학습 위주의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이 도시의 다양한 문화를 체득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경미 교무부장은 제도권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거대화, 획일화'라고 지적한다.
"학급 인원수는 물론, 학교의 크기도 작아져야 합니다. 2개반이면 할 수 있는 현장 학습도 10개반이면 하기 어려워지니까요. 학교 규모가 크면 효율적이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죠. 사람은 효율성만으로 따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렇게 돼야 하니까 이렇게 따라와라' 는 식의 교육은 지양돼야 합니다."
이 부장은 대안교육이 제도권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7차 교육과정만 해도 학교현장을 잘 모르고 교육이론만으로 만들어낸 감이 없진 않지만 교육이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은 느낍니다. 학교 교사들 역시 학교 밖 모습을 보고 스스로 변화하려 노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학교 선생님들이 `대안교육이 학교붕괴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동반자로 생각하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부장은 "대안교육은 학교와 함께 가야 한다"며 "사회가 다양한 교육의 장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