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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유급제 실시의 문제점

구구단을 못 외우고 읽기·쓰기도 제대로 못하는 중·고교생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학년초를 기준으로 읽기와 쓰기를 제대로 못하는 중학생은 전체의 1.3%(2만 3787명), 기초적인 셈하기를 잘못하는 중학생도 1.4%(2만 9821명)에 달한다. 이어 고교생 중에서도 0.6%(1만 554명)가 읽고 쓰는데 애로를 겪고 있으며 0.8%(1만 6167명)는 셈하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학습 부진학생으로 분류된다.

아마도 앞으로는 이들 학습 부진학생들은 기준학력 미달로 상급학교나 상급학년에 진학을 못하고 유급 당하게 될 것 같다. 교육 당국에서 유급제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제기하고자 한다.

기준학력 미달로 유급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유형은 예시한 학습부진 학생이외에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y, 눈과 귀로 입력되는 정보자료를 뇌를 통해 인출시키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나 학력이 부진하지만 지능은 정상이거나 우수함), 정신지체(지능이 평균 이하이고 뇌 기능 손상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 배우는 주지 교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음), 과잉행동이 수반된 주의집중 장애(ADHD, 충동, 행동 조절이 안되고 주의를 기울이지 못함), 학습 지진아(slow leaner, 정상 지능과 정신지체의 경계선급 지능을 소유함), 지능은 정상이지만 정서,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는 불우학생, 약물 오남용 등 갖가지 요인으로 `위기에 처한 학생·청소년들'(at-Risk Youth)도 학교 공부, 학교 생활에서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올 부터 공교육 차원에서 초·중·고교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하게 됐는데, 그동안 이들은 마땅한 교육기관이 없어 평재교육을 받음으로서 불만 속에서 학교생활을 해왔다. 영재나 학력 미달학생들은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와 학교, 교사에게 도전과 연구의 과제를 제기하는 대상이다.

미워하고 배척하기보다 끌어안고 함께 하기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동안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영재 학생과 학력 부진 학생은 교육의 주류(主流)에서 소외돼 온 반면 학교 밖의 외부 기관(예컨대, 대학 부속 병원 내 소아 정신과)에서는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의 교육 지도를 위한 치료교육의 노력을 추진, 많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학력 부진 학생지도 문제의 해법은 유급에 앞서 이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한 후 교육(또는 병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아울러 특수교육이 아닌 일반 교과의 교사에게 직전, 현직 연수 과정에서 이들 학생에 대한 지도 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급 방안 시행 전에 교육청 단위로 학교급별, 학생 유형별, 교과목 유형별로 의학계와 교육계가 협동체제를 가동, 이들 학생의 교육력을 제고시키는 방안을 검토, 채택해야 한다. 그동안 학력 미달 학생들 문제는 당사자 본인의 문제로 국한시켜 교육 당국에서 별도의 전문적 처방, 노력을 소홀히 해 왔으며 전담 직원의 전문성도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차제에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 밖의 유관기관과 전문인사간의 협동체제를 가동해서 체계적 기능 발휘를 할 수 있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줄 것을 제안한다. 이 방안이 대상 학생과 학교의 고민거리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다.

의무교육 기관의 경우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유급, 퇴출시킬 수 있는가. 대상 학생 부모의 거센 저항을 어떻게 학교, 담당 교사가 대처하겠는가. 유급을 실시해도 문제고 하지 않아도 문제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활용 가능한 최선의 처방적 교육방안을 시도한 후에 학부모, 전문가, 교육자가 합의하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일찍이 특수 교육 대상과 부적응 청소년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교육의 기회 균등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의한 바 있다. 이제는 그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사전 여건 구비와 노력 없이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유급시키는 것은 또 다른 시행착오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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