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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교단수기 당선소감>못다 핀 꽃 한 송이

수상통보를 받은 오늘은 너무도 가슴 아픈 날이다. 꽃봉오리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딸(A대 1학년)을 용인 화장터 평온의 숲에 억지로 떼어 놓고 돌아온 날이었다. 분명 기다리던 반가운 수상 소식인데도 하얀 백지가 돼버린 마음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수기의 주인공 C군 역시 어린 누이의 죽음으로 방황의 시절을 보내야했던 아픔을 지닌 아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특전사 상사로 어엿한 군인이 된 C군, 오늘따라 그 제자가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꽃을 다 피우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혼돈의 사회 속에서 수없이 희생되고 있다. 죄 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딸아이 추도 글 한편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하고자 한다.

안녕! 아가야! 울고 있니?

네가 어릴 적 엄마손 잡고 다니던 공원에 찾아가봤다. 비둘기와 즐겁게 노닐던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구나. 오후엔 네가 학교를 마치고 늘 오던 동네 슈퍼 앞에도 가보았다. 오랜만에 매일 오가던 B고 운동장에도 들러 너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받지 않고 대답이 없어 발길을 돌리려는데 너와 가끔 대화를 나누던 등나무 벤치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 혼났단다.

아가! 오늘은 화장이 너무 짙구나! 먼 길 간다고 입술화장까지 짙게 하고 얼굴은 그게 뭐니? 누가 보면 술집 아가씬 줄 알겠다. 수정처럼 맑고 고운 네가 오늘은 좀 치장이 과했구나. 그러나 아가! 걱정 마. 아빠는 화장 짙게 한 너의 모습이 춘향이 보다도 예쁘단다. 마지막 먼 길 가는데 화장 예쁘게 하고 가야지 그치?

아가! 오늘 용인 평온의 숲에서도 그래, 뜨거운 불가마에 철부지 아이처럼 겁 없이 들어가고 있는 너를 만류하지도 못하고 구할 생각도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돌아왔단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못난 이 아빠 절대 용서하지 마라. 사랑하는 딸아!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니, 잘 안 들리면 발이라도 움직여보고 여린 손이라도 앙증맞게 움직여 보거라. 아니 눈꺼풀이라도 껌벅여보려무나. 오늘은 아무런 말도 없고 움직임도 없구나. 못난 이 아빠에게 단단히 화가 났는가 보구나. 그래, 이 아빠 용서하지 말거라.

오늘 공원에 갔다 너만 떼어놓고 오려는데 발걸음이 무겁더구나. 엄마, 아빠, 사랑하는 동생과 맛있는 것 싸가지고 종종 놀러갈게. 그럼 아가야. 기다려. 우리 보고 싶다고 너무 울지 말고…. 너 벌써 숙녀잖니! 그러면 예쁜 화장 지워지잖아…. -이천 애련정에서 못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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