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빙고초 김애경 교감
제26회 대한민국동요대상 수상
21년간 동요 보급·지도한 공로
“동요 박물관 만드는 게 목표”어린이의 마음과 정서를 담은 노래, 동요(童謠). 서정적인 노랫말과 쉬운 리듬이 어우러진 동요는 불과 얼마 전까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애창곡’이었다. 하지만 이젠 과거형이 됐다. 인기가수의 노래는 따라 불러도 동요를 즐겨 부르는 어린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20년 넘게 직접 동요를 만들고 지도하는 교원이 있다. 바로 서울서빙고초 김애경 교감이다. 최근 제26회 대한민국동요대상 작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14일 학교에서 만난 김 교감은 “동요 보급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3년 우연히 TV로 MBC 창작동요제를 보게 됐어요. 방송을 보다가 문득 ‘내 아이에게 직접 만든 동요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동요 작곡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모든 아이들을 위해 곡을 만들고 있답니다.”
김 교감은 지금까지 300곡이 넘는 동요를 세상에 내놨다. 그중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 ‘꽃처럼 하얗게’ ‘잠자리’ 등 10여 곡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전국 규모의 창작 동요대회에서 10여 차례 대상을 받았고 본상 수상 횟수만 40회가 넘는다. 그는 “아름다운 가사를 만났을 때 악상이 떠오른다”고 했다.
“시인인 남편이 작사를 담당해요. 예쁜 노랫말을 받아들면 곡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죠. 시를 낭독하듯 가사의 구절구절을 곱씹으며 읊조리다 보면 멜로디가 떠올라요. 그렇게 만든 곡은 남편과 함께 부르면서 다듬어 나가죠. 큰 상을 여러 번 받을 수 있었던 건 남편과의 호흡이 잘 맞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동요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지도·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95년 서울창신초에서 처음 중창부를 꾸렸고, 그해 출전한 초록동요제에서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근무하는 학교마다 중창부를 조직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주 동요 한 곡을 배우는 ‘이 주의 동요 부르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누구 하나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자청한 일이었다. 동요의 ‘마법’을 믿기 때문이다.
“중창부에 결손 가정 학생이 있었어요.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였죠. 어느 날, 한 학부모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아이가 중창부원들의 물건을 장장 1년간 훔쳤다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확인 후 아이에게 중창부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제발 노래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동요가 마음의 안식처였던 거죠. 2년간 동요를 접하면서 눈에 띠게 변했습니다. 자신감이 높아지고 표정도 한껏 밝아졌거든요. 이 아이를 통해 동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난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10%였지만, 올해 2.7%로 크게 줄었다. 동요가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김 교감은 “모든 아이들이 동요를 즐겨 부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저변을 마련하는 게 큰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