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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저를 내버려 두세요

언젠가 한 담임선생님이 도저히 지도할 수 없다며 남학생을 상담실로 데려왔다. 그 담임에 따르면 그 학생은 수업시간엔 잠만 자고 무단결과와 무단조퇴가 잦았다. 틈만 나면 학교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편, 자신의 신경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싸움질을 일삼았다. 훈계를 하면 ‘저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라고 반항하니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직접 학생과 이야기를 해보니 겉모습은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커서 씩씩한 듯 보였지만,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을 자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행동만이라도 해주길 바라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심리적으로는 매우 무기력한 상태다. 친구도 없고 수업시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준비물은 거의 챙겨오지 않고 몸만 오가는, 그야말로 우울증을 가진 학생과 거의 비슷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성장욕구가 좌절돼 있는 상태다. 이때 생긴 분노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학생은 이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안으로 억압하는 학생은 우울한 상태를 보인다.

어떤 경우든지 이런 아이들은 교사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가려고 하면 반항을 하거나 교사의 답답한 마음만 더 커지게 된다.

이럴 때는 하루아침에 변화시키겠다는 마음부터 버려야한다. 변화시키고자 하지 말고 학생의 욕구를 조금씩 읽어주면서 미세한 변화를 찾아 격려하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아이들의 기저심리에 자신의 가정은 절대로 변화될 수 없고 자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는 물론, 너의 가정도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나는 학생의 잠자고 싶은 욕구를 일단 들어줬다. 무슨 말이든 대화를 하려면 일단 좋은 관계를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따뜻한 차도 한 잔 줬다. 이 학생은 계속 반항을 했지만 이를 못마땅해 하지 않고 오히려 존중해주자 점차 잠자는 시간이 줄었고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도 늘었다. 잠을 조금이라도 적게 자게 되고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열렬히 격려해주며 무엇을 배웠는지 묻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배운 내용에 대해 자랑을 하더니 한참을 지나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배우러 다닌다고도 말하는 게 아닌가.

수업시간에 매일 자던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면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어떻게 오늘은 잠을 안잘 수 있었는지 물어봐주고 노력한 점을 찾아 반드시 격려해 줘야한다. 이런 아이에게 보통 아이들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아이를 힘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이렇게 말을 하면 많은 선생님들이 ‘그 학생만 특별대우를 해주면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를 합니까?’라고 한다. 만약 자신도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는 학생이 있다면 이는 그런 대우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 뭔가 억울한 마음이 있는 학생이므로 그 학생의 억울한 마음을 헤아려주면 의외로 쉽게 지도할 수가 있게 된다. 기준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것은 학생의 능력이 모두 다르듯이 심리적인 에너지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던 사람이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크게 기뻐하듯이 아이의 조그만 시도에도 놓치지 않고 반응을 해준다면 아이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좌절의 경험이 많은 청소년의 경우 한두 번의 격려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자신의 자아상이 긍정적으로 변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어주는 이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언젠가는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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