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학교 차원의 교육자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선거판에 휘둘리면서 학운위원 선출과정에서 각종 불법이 이뤄지고 사분오열되는 등 학교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학운위원이 교육감과 시·도교육위원의 선거권을 가지면서, 교육감과 교육위원 예비후보자들과 일부 교원단체가 본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학운위원 선출부터 '내 사람 심기' 작업을 해왔음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고, 7월의 교육위원과 일부 지역의 교육감 선거를 앞둔 올해는 그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
이순세 서울시교육위원은 3월 15일 본회의에서, 학운위원 선출에 교육청직원들과 교육위원들의 선거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이 위원은 "지난번 교육감 선거 때도 학운위에 '내 사람 심기'로 말이 많았는데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그 당시 교육장 출신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학교에 지역위원 심기를 청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육감의 측근 인사들이 "교육감의 명을 받아서 교육감을 돕기 위해서 교육위원회에 나왔으니 나를 적극 도와야 된다"는 이야기를 학교장과 학부모들에게 하고 있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안내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교원위원이 지역위원을 추천하려하자 학교장이 미리 지역위원을 내정'해 놓은 사례(서울 노원구의 어느 중학교)를 참교육학부모회는 12일 공개했다.
전교조도 올해 초 특정 성향의 학부모를 학운위원으로 진출시키려고 조직적으로 활동했음이 드러났다. '조직 차원의 교육위원 후보'를 내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전교조는 자신들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조합원들과 '전교조 성향'의 학부모들을 학운위원으로 진출시키는 데 조직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서울지부 학교운영기획단은 학교분회장들에게 보낸 대외비 공문에서 '2002학운위선거는 올해의 서울시교육위원선거에 민주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에 우리 후보가 최대한 진출할 수 있도록 조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물어보아 한겨레신문 독자 학부모를 권유하는 방법'과 '지부에서 진보적인 종교인이나 노조활동가를 추천하면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교조의 이런 방침과 관련해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위원은 "담임교사의 강권으로 전교조 교사 위원이 추천하는 지역위원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3월 23일 정기대의원회에서 교육감 및 교육위원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전교조 광주광역시 지부의 경우, 학교운영위원 중 선출직 교원위원의 55%에 달하는 550여명을 전교조조합원으로 당선시켰다.
경기도교육감보궐선거에서는 "전교조가 모 후보를 민다"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전교조홈페이지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의 사퇴 이후 모인사가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고 관료를 앞세워 교육감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전·현직 경기지부 간부들이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ilgun@OOO.net)
이처럼 '내사람 심기'로 학운위에 파벌이 조성됨으로서 단위 학교 차원의 교육자치에 걸림돌로 작용하자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방식을 주민직선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자치제도개선추진위원회(위원장·노종희 한양대 교수)를 구성하여 교육감과 교육위원선출개선방안을 연구한 결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주민통제의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고 대의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도출했으면서도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고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직선제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