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직 스트레스로 인한 교원들의 사기와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교원단체 EI에서도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레드 반 리우벤 EI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고를 통해 교원단체들이 정부와의 교섭 등을 통해 교원들의 애환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학생 성적과 교원 평가 연계, 부적격 교원의 채용, 부족한 교원 연수 과정 등의 이유로 교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교원들이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교원들만이 직업병이나 전문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나, 2005년 유럽산업안전보건청 결과에 따르면 교육·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스트레스가 타 직군에 비해 가장 높고, 불안 스트레스 및 신경과민증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과도한 산업화 논리로 인해 교원들을 교육의 상품으로 전락시키려는 움직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의 교육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교원을‘서비스 전달자’로 정의할 정도로 교원의 권위나 지위가 떨어지고 있다.
호주 전문 직종 위원회(The Australian Council of Professions)는 전문직을‘연구 및 교육 분야에서 인정한 특수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식과 기능을 윤리 규범에 따라 공공을 위해 사용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원은 명백하게 전문직이라고 리우벤 EI사무총장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많은 국가에서 학생 성적 향상을 목표로 교육정책이 운영되면서 시험이 교육의 목적이나 목표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원은 성적을 올려주는 역할, 정부의 교육 정책을 실행하는 직업인으로 전락하며 교원의 전문성 자체가 훼손되고 교육계에도 심각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우벤 EI사무총장은 “교육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특히, 교원이 권위와 수업권을 가지고 학생들을 책임 있게 가르치기 위해선 교육계 행정가 및 정치가, 동료 교사, 그리고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교육 정책 수립과정에서부터 교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I에서 2년에 걸쳐 진행한 ‘모두를 위한 교육 조사(Education for All Survey)’에 따르면, 일만 명이 넘는 교원의 88%가 자신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교육 개혁 미명 아래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실행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를 비추어 보더라도 교원단체가 단체교섭을 통해 교원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실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몇몇 특권을 지닌 정치가·행정가들만이 교육 정책을 논한다면 교육 발전을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원들이 힘을 모아야 교과 내용, 교육과정, 교원 연수과정, 학급 인원수 등 양질의 교육을 위한 세부 의제들을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고 긍정적인 정책 방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