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2시 20분경, 경기 A초 2학년 3반 교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당번 학생들과 B담임교사가 복도에서 교실로 배식차를 끌고 왔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숙하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배식차 뚜껑을 열어 식판과 수저통을 옮기고 반찬통에 집게나 국자 등을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반찬으로 나온 베이컨 떡꼬치에 케첩을 뿌리는 것을 끝으로 준비를 마치자 이번에는 뛰지 않고 한 줄로 서라는 지도를 하느라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들은 급한 마음에 수저를 떨어뜨리거나 앞사람을 밀기도 했다. 그때마다 교사는 떨어뜨린 식기를 새것으로 바꿔주고 식판을 한 손으로 든 아이에게 ‘위험하니 두 손으로 들라’고 주의를 줬다. 30명 아이들의 밥을 다 떠준 후 교사도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에게 ‘귤껍질과 꼬치의 이쑤시개는 분리수거해서 버리자’고 말한 후 겨우 한 술 뜨는 듯싶더니 이내 일어나 아이들이 책상에 흘린 음식을 닦고 잔반을 검사했다. 음식을 삼키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아이들을 관찰하느라 식사는 뒷전이다. “너무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교사는 “그냥 흡입하는 거죠, 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식당이 없어 교실급식을 하는 교사의 점심은 전쟁에 가까웠다. 그는 “언제부턴가 ‘소화불량’은 그냥 달고 사는 지병이 됐다”고 털어놨다. 따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함께 먹긴 먹는데,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소화도 잘 안되고 맛을 느낄 겨를도 없다는 것이다. 체할 것 같아 아예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뜨거운 국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촘촘히 서지 말라고 타일러도 식판으로 앞 사람을 밀다가 며칠 전에도 한 학생이 옷에 국물을 쏟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벼운 화상으로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러다 크게 다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생님을 도와드리고픈 마음에 반찬통을 옮기다가 통째로 쏟는 낭패도 비일비재다.
그는 “일과시간 중 ‘급식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위험요소는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었다. 배식차 바퀴에 발이 끼거나 채는 경우, 배식차 뚜껑에 손가락을 찧는 경우, 식판을 들고 가다가 넘어지는 경우…. 교사가 혼자 제각각 행동하는 30명의 아이들을 모두 통제할 순 없었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아무리 물티슈로 닦아도 칠이 벗겨지고 연필가루, 지우개 밥이 낀 책상이 식당보다 깨끗할 리 없다. 수저를 식판이 아닌 책상 위에 올려놓는 학생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친구 옆에서 일찍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지나다니거나 대걸레를 미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교사는 “나중에 하고 싶어도 방과후학교가 시작되는 1시까지는 교실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늦는 아이를 독촉하지만 청소를 동시에 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고 했다. 처음과 마지막 배식을 받은 학생의 차이가 20여분 나는데다 인원수에 맞게 정량을 올려 보내기 때문에 엎거나 쏟으면 급식실에 연락해 부족한 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40분의 점심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자칫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부담도 상당하다. 그는 “교실 안 책임은 모두 교사 몫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식당이 있으면 인솔만 하면 될 텐데, 교실 급식을 하고 나면 진이 빠져 오후 수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다른 교실의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한바탕 급식전쟁을 치르고 나면 교사들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이 학교 C교장은 “식당을 짓고 싶어도 교육청은 예산이 없다 하고, 학교 부지도 없어 요원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급식을 강조하고 무상급식에 2조 5천억을 쓰면서 정작 아이들은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밥을 먹도록 방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돈이 없다, 공간이 없다 탓만 말고 교육당국이 의지를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