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역 교육청 관할의 공립학교를 2022년까지 민간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형태로 모두 전환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의 관료주의에 따른 틀에 박힌 교육에서 탈피해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아카데미 운영 법인만 이익을 보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니키 모건 교육부 장관은 2022년까지 모든 공립 학교를 아카데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5~2016년에 15억 파운드(약 2조 6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아카데미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학생 성적이 나빠 표준교육청 평가에서 불충분 판정을 받은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아카데미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아카데미는 공립 중고교 3381개교 중 2075개교, 초등은 1만6766개교 중 2440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아카데미는 중앙 정부 재정 지원을 뒷받침으로 비영리법인이 인수해 운영하는 학교다. 이미 여러 아카데미를 관할하는 법인 체인도 속속 등장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자체의 관리에서 벗어난 아카데미가 교장과 교사의 권한을 확대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공립학교보다 학생 성적 향상 등 교육 개혁의 성과 속도가 2배나 더 빠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카데미 전환이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 마이클 윌쇼 표준교육청장은 7개의 거대 규모 아카데미 체인이 학교 환경 개선에 소홀해 학급당 학생 수를 높이고 학생들의 실력도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인들이 운영 이사들에게 너무 많은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협회도 아카데미 전환이 학생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지자체 관할 학교의 82%가 표준교육청으로부터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교원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교육부 발표와는 달리 중앙 정부가 예산을 지원함에 따라 법인 운영에 영향력을 끼쳐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 정부의 평가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일률적인 수업 방식이나 학교 경영이 이뤄져 개혁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법인의 관리 하에 있는 만큼 교장과 교사에게 학교 운영에 대한 실질적 자율성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전국교원조합(NUT)과 교사·강사연합회(ATL) 등 5개 교원단체는 16일 합동 성명을 내고 “현재 교육 예산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 형태를 재조직하는 곳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재정 압박 속에서 민영 법인이 학교를 맡게 되면 교사 수를 줄이고 과밀학급을 운영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 학생 교육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나 지원이 열악해질 수 있다”며 아카데미 전환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