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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

“사람은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행동할 수 없는 생명체다. 그날부터 곰곰이 생각했다. ‘마음으로 이해해서 행동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마침내 키워드를 찾아냈다. ‘감동(感動)!’”

이는 기노시타 하루히로가 쓴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조나단 헤이트(Haidt, 2006)는 ‘행복의 가설’이란 책에서 우리의 감성적 측면을 코끼리로, 이성적 측면을 코끼리에 올라탄 기수로 비유한다. 기수는 너무 작기 때문에 기수에게만 호소한다고 해서 코끼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비유에 따르면 강요하는 초보는 기수(이성)에게만 호소하는 사람이고, 감동시키는 프로는 기수와 함께 코끼리(감성)까지 움직이도록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최고의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강의 기술을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학생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사로잡아 흔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이를 위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을 감동시키기 위해 기노시타가 사용한 하나의 방법은 수업을 하기 전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들려준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학생들은 마음의 변화를 보이고, 그 감동으로 학습 의욕도 높게 나타났다. 그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아놓은 감동 노트를 마련하는 것 외에도 학생과 돈독한 정 쌓기를 포함해 학생을 감동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감동적인 수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을 이해하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담당한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 특성과 장단점, 그들이 기대하는 것 등을 파악해야 한다. 가르치는 학생이 너무 많은 중‧고등학교 교사나 대학 교수의 경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이들이 내 수업에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영화 중간 한 대목만을 보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며 영화에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과 유사하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하도록 하는 설문지를 만들어 강의 첫 시간에 배포하고 이를 자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조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성장배경 특성, 좌우명, 성격적 특성, 당면한 어려움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항, 미래 계획, 친한 친구 연락처 등등 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생각할 때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수집하면 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꼭 활용하고자하는 최소한의 정보에 국한해 수집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을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칭찬이다. 비록 가르치는 학생이 많다고 해도 한번 수업할 때 3명 정도는 칭찬을 해준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면 모든 학생들이 한 학기에 적어도 한 번은 선생님의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내 강의를 수강한 지 20여년이 흐른 제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내 수업 내용이 아니라 나에게서 받은 칭찬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칭찬거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칭찬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가질 때 가능해진다. 기노시타가 제안하는 방법은 호주머니 속 동전 옮기기다. 수업을 시작할 때 오른쪽 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 열 개를 넣고 학생들을 칭찬할 때마다 동전을 왼쪽 주머니에 옮겨 넣는 것이다(구체적인 방법은 ngpark60.blog.me/220748014147 참고).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우리는 이런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학생들의 밝은 점, 좋은 점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학생 등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 사람을 감동시켜서 울게 하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내 자신이 울었고 커다란 힘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기노시타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수업을 넘어 감동적인 교육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어차피 이 학생은 내 아이가 아니다. 어떻게 되든(물론 잘 되는 편이 좋지만) 이 학생의 인생이다’라는 냉철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멋진 ‘방식’을 실시해도 결국 그 ‘방식’은 멋지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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