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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에어컨 끄는 교실…"학교전기료 대폭 내려야"

폭염 속 비싼 요금에 제한 냉방, 단축수업 전전긍긍
교총, 각 정당에 인하 촉구…여야 ‘인하’ 모처럼 한목소리



“오늘 개학했는데 내일까지 이틀 연속 단축수업입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이미 30도를 찍는 폭염에서 온종일 냉방하기에 예산이 부족하거든요.”
 
18일 오후 1시 쯤 서울 강남 소재 A고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행정실 직원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학생들은 단축수업을 하고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대입 준비를 위해 자율학습을 신청한 일부 고3 교실에만 냉방이 정상가동돼 26~2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원한 교실보다 정상수업을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김 모 군은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자습에 남았다”며 “텅 빈 학교에 일부 학생만 남아 자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실 관계자는 “서울 중심지 학교에서 냉방을 제대로 못한다는 게 의외일 수 있지만 대입 준비를 위한 수업보다 월 1000만원까지 부담하는 전기요금 폭탄이 더 두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물론 냉방이 잘 이뤄지는 학교들도 있지만 그 곳 역시 기본운영비만으로는 쉽지 않고,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체육관 주민대여 등 수익을 통해 겨우 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B중은 개학 일을 다음 주로 맞추기 위해 다른 학교보다 방학을 늦게 한 경우다. 전기요금을 걱정 하느니 차라리 더위가 한 풀 꺾인 뒤 개학하는 게 낫다는 교장의 ‘심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B중 교장은 “거의 매일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상황 속에서 전기요금을 걱정하고, 또 학생들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길까 고민하느니 아예 속 편하게 개학을 늦추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하루빨리 교육용 전기요금이 인하돼 쾌적한 환경 속에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속속 개학에 들어간 일선 학교는 냉방으로 인한 전기요금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교들은 순차적 냉방, 점심시간 에어컨 가동 중단 등 온갖 고육책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학교운영비 내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런 데는 전기요금 산정체계 상 교육용 전기료가 산업용, 주택용보다 기본요금이 높게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중 최대 전력을 사용한 날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정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 교문위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교육용 전기료 단가는 kW당 129.1원으로 산업용 106.8원보다 21%나 비쌌다. 게다가 교육용 전기요금은 꾸준히 인상돼 최근 7년간 45.6%나 올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합리한 요금으로 인한 찜통교실 문제는 16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용 전기요금의 획기적 인하를 거듭 주문했다.
 
특히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교육용 전기요금 인하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18일 1차 회의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비롯해 산업용, 상업용, 교육용 전기요금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주형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주무장관 입장에서 많은 국민들이 전기요금 부담 걱정을 안고 있는 것에 매우 송구스럽다”며 전기요금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을 마련하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야권도 전기요금 체계의 전반적인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전기요금개선TF를 발족했고, 국민의당은 주택용 전기요금 외에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까지 개편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교총은 이미 지난 6월 각 정당에 교육용 전기요금 인하를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교총은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한 교육용 전기요금 인하, 집중 가동기 요금 인하율(15%) 및 인하 기간 확대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학교가 가장 더운 곳이어서야 공교육이 살아나기 힘들다”며 “교육용 전기료를 인하해 학교는 가장 덥거나 추운 곳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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