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2년 만에 교단 섰지만
달라진 학교 환경에 어려움 느껴
학생들과 소통 위해 블로그 개설
동영상 강의와 해설 자료 제공
누적 방문자 수 500만 명 돌파
“공부하고픈 아이들 위한 공간”‘선생님이 올려주신 자료 덕분에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교사가 되는 게 꿈인데 선생님처럼 교실 밖에서 교육을 실천해보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기말고사 하루 전에 작품이 이해 안 돼서 블로그 글을 찾아봤더니 국어 내신 1등급을 받았어요. 이번 9월 모의고사에서도 국어 100점을 받았답니다. 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박전현 대구상원고 교사의 블로그 ‘국어 교사의 국어와 체험학습 여행(blog.naver.com/9594jh)’에는 학생들의 감사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을 때 박 교사의 블로그를 활용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의 블로그는 국어 학습의 보물 창고다. 직접 제작한 동영상 강의와 해설 자료, 파워포인트(PPT) 자료까지 제공해 사교육 없이도 국어 실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이뤄지던 국어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덕분에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2년 2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총 방문자 수는 5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조회 수만 20만 건을 넘어섰다.
박 교사는 “지난달 조회 수가 많았던 상위 10개 게시물 가운데 9개가 수업 자료였다”며 “통계 자료를 분석해보면 방문자의 50% 이상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블로그를 만든 건 4년 전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22개월의 투병 생활을 마치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2년의 공백이었지만 그 사이 학교 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박 교사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떠올린 게 블로그였다.
박 교사는 “사고가 나기 전에도 홈페이지와 카페 등을 통해 학습 자료를 공유하고 있었다”면서 “눈높이에 맞는 수업 자료를 나누는 것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콘텐츠 한 건을 업로드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학교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간을 쪼개 학습 자료를 만든다. 때문에 매일 저녁 8시를 훌쩍 넘긴 후에야 퇴근길에 오르고 퇴근 후에도 콘텐츠를 만드는 데 매달린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힘든 건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요. 50대 후반이 되니까 노안이 오더군요.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어요. 블로그를 활용해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박 교사는 “학생들이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응원 댓글을 볼 때, 성장한 제자를 만났을 때, 50대 후반의 늦깎이 고등학생이 보낸 손 편지를 받았을 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몸 챙기라며 먹을거리를 보내줄 때… 가상공간이지만 정이 흐른다는 걸 깨닫는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의 목표는 오프라인(교실)과 온라인(블로그)을 아우르는 ‘국어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박 교사는 “수업 장소를 교실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세상”이라며 “시간·공간적인 제약 없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융합 수업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제 블로그가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곳’ ‘알고 싶었던 것들이 있는 곳’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조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