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해 온 지율 스님이 100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정부가 협상하여 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리포터가 교육계에 몸담고 있어서 그럴까? 문득 지난해 6월, 단식에 들어갔던 D고등학교 이상진 교장이 떠오른다. 그 당시 이교장은 전교조 특별사면에 항거하고 교육당국의 비합리적 태도를 규탄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 잠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민간인과 국가공무원, 종교인과 교육자, 시민단체 가세와 교육자의 무관심, 단식 100일과 10일 등의 차이가 있어 결과만을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교육이 망가진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참여정부에 있어 학교장의 위상은 스님 발끝의 때만도 못하구나!’ ‘학교장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 코드가 다르면 이렇게 철저히 배척되는구나!’하는 느낌은 나만의 외람된 생각일까?
이번에 문제가 된 밀어붙이기식, 정치논리가 앞선 국책사업, 사업 추진 전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 미흡 등은 여기서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선 공약 약속을 이행하라고 발목을 잡으면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협상에 나서고 그 결과 수조원의 국책사업은 표류해 그 경제적 부담은 모두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렇다면 우리 교원들이 집단 이기주의라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더라도 노대통령의 대선 교육 공약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 ‘머물고 싶은 학교, 신뢰와 존경받는 교원’ ‘학벌사회를 실력사회로’ ‘획일적인 교육을 다양성 교육으로’ ‘타율적인 학교를 자율적인 학교로’ ‘교육재정 GDP 6% 확충’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물고 늘어질 교육자는 없는지?
국가에 대해 국민이 불평 불만을 토로하고 나아가 개인의 목숨을 담보로 극단적인 투쟁에 들어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 미성숙한 국가 운영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징계위원회로부터 ‘명령 불복종’이라는 사유로 견책 처분을 받고 징계재심위와 법정 소송에서도 기각 판정을 받은,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둔 이 교장의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앞으로 국가가 저에게 한 것처럼 되풀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부당한 특별사면, 헌법 수호 차원에서도 안 되고 교육 황폐화만 가속시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