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각급학교에서 보유해야 할 교구 및 설비는 일정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 중에서 교구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직접 관련이 되는 것들이다. 특히, 과학, 기술·가정, 체육 등의 과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교구기준 중에는 필수와 권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필수인 경우는 학교에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교구들로 볼 수 있다. 권장교구는 말 그대로 학교에서 형편에 따라 갖추되, 가급적이면 확보를 해야 할 것들이다.
문제는 필수교구에 있다. 예를 들면, 중학교 과학의 경우 전기스탠드는 전학년이 사용대상이고 기준은 학생 4명당 1개, 알코올램프는 역시 전학년이 사용대상이고 학생 4명당 1개가 필요하다. 이들 교구는 필수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기준에 맞게 확보한 학교가 많지 않다. 알코올램프를 예로 들면, 재학생이 1,000명인 학교의 경우 확보해야 할 알코올램프의 수는 250개이다. 또한 전기스탠드 역시 알코올램프와 같은 수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전교생이 1,000명인 일선학교에서는 전기스탠드는 20개 내·외, 알코올램프는 40-50여개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교구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 할 것이다.
기술·가정의 경우를 보면, 전기 재봉틀은 2학년 학생이 사용대상이고, 필수항목이다. 확보해야 할 숫자는 학생 3명당 1개이다. 만일 2학년이 300명인 학교가 있다고 하면, 확보해야할 재봉틀의 수는 100개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중학교 어느곳을 가도 300명의 학생에 100개의 재봉틀을 확보하고 있는 학교는 아마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 다리미는 4명당 1개(1개학년 사용), 쪽가위는 2명당 1개, 줄자 2명당 1개등을 갖추고 있어야 필수 항목을 만족하는 숫자이다.
체육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축구공이 1개학년이 사용대상이고, 학생 2명당 1개, 농구공과 배구공도 마찬가지로 학생 2명당 1개이다. 베드민턴라켓역시 1개학년이 사용대상이고 학생 4명당 1개를 확보해야 필수항목을 만족하게 된다. 체육역시 필수로 확보해야 할 숫자에서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술, 음악의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대체로 피아노, 북, 장구 같은 것은 거의 기준에 맞게 확보되어 있다. 그것은 기준이 1개교당 1개 또는 24학급당 1개라는 식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개 학교에 피아노가 2대 있으면 거의 필수확보숫자를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교구 확보율이 저조한 것일까.
첫째는,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짜여져 있는 교구 확보율 때문이라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축구공의 경우 1개 학급에 1개정도면 대체로 교육활동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2명당 1개를 확보할 경우 300명이 한학년인 학교는 150개의 축구공이 필요하게 된다. 150개의 축구공을 보관하는 것 자체도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
둘째는 확보를 위한 예산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확보의 기준을 정했으면 최소한 그 기준에 맞게 확보할 수 있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확보를 하고 싶어도 확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구확보는 학생들 교육에 실제로 필요한 수량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기준을 다시 정한 후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