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에 있는 6학급 규모의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그동안 비교적 규모가 큰 학교에 근무했던 터라 6학급 발령은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고나 할까? 교실정리를 하고 교무실에 들르니 신학기 초인지라 교사들이 교무실에 모두 모여 맡은 사무를 확인하고 정리를 하느라고 바빴다. 남자선생님은 한 분인데 상냥하시기가 이를데없다.
“정 선생님, 우리학교는 배구가 한 팀이 안 되네요? 그럼 배구시합은 앞으로 없는 건가요?”하니, “그렇죠. 제가 여기 온 후로 2년간 한 번도 못했어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럼 탁구경기는 할 수 있을 텐데요?” 하였더니 “아 참, 그렇군요.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내일 한 번 해 봅시다.”하시니 교무실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다음날, 드디어 탁구대회가 열렸다. 현관 한 쪽 구석에 묵묵히 자리 잡고 있던 탁구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네 귀퉁이가 조금씩 닳은 것을 보니 이 정도면 10년쯤 되었을까? 아니면 그 이상?’ 탁구대에 쌓인 먼지를 닦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탁구대의 면이 매끄럽지 않아 과연 탁구공이 잘 쳐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교감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복식 4조가 짜여졌다. 순간순간 나오는 탄성은 화합의 신호탄과도 같았다. 40대 이상의 교사들은 과거에 교사 탁구대회를 주름잡았을 실력을 소지한 듯 능숙한 동작으로 서어브, 리시브, 컷트스트로크, 드라이브 등을 구사하며 동료교사들의 박수를 받았고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교사들은 탁구라켓을 잡는 법부터 서어브 등을 배우며 간신히 한 게임을 해내기도 하였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탁구대회는 전입과 전출로 새로 바뀐 교무실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오랜 지기처럼 만들어 주었다.
작은 공 하나의 위력! 그것은 유남규 선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구리시의 한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작은 학교여서 무엇이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전에 작은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2005학년도는 더욱 활기차고 웃음 가득 넘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봄이 어떠실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