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3월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각급 학교마다 눈썹이 휘날릴 만큼 '겁나게' 바쁜 때다. 그럴망정 새봄과 함께 맞는 새학년 새학기이기에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뭔가 설레고 기대에 찬 희망의 3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 교사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수능부정시험의 충격과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인 새해 벽두부터 교원을 주축으로 한 성적비리사건이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붕괴된 것만이 아니라 이제 보니 학교는 비리의 '소굴'이기도 한 셈이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글로 옮기기조차 심히 불편하고 민망할 정도로 성적 비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망라하고 있다. 그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교사뿐 아니라 교장, 교감, 교수, 학부모들이 가담한, 그야말로 총체적 내지 전방위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각양각색의 모든 유형이 예외일 수 없지만 그중 특히 '악질적'인 것은 단연 답안지 대리작성이 아닐까 한다. 온갖 힌트 등 성적 부풀리기에 이어 학생의 답안지를 교사가 대리작성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짓을 차마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놀라운 것은 경찰이 밝힌 수사내용이다. 교장이 성적 조작을 지시한 서울문일고를 예로 들어보자. 경찰 관계자에 의하면 학부형들이 "내신 성적만으로 대학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품 등 교사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청탁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명절 등에는 꼬박꼬박 '인사'를 해야 한다"고도 진술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내가 근무하는 실업계 고교의 학생들도 내신 성적만으로 대학에 들어가지만, 학부형이 찾아오는 걸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일반계와 실업계고의 '원천적인' 차이인지 몰라도 요컨대 같은 나라의 학교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그 학부모는 뭔가 찔리거나 캥기는 것이 있어서 교사를 찾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자식만, 소위 말하는 잘봐달라고 하려는 의도로 교사를 찾아간 것이 틀림없다. 왜 찾아가지 않고, 명절에 선물따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학부형들의 그런 피해의식이 문제지만, 그러나 비리 교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리고 어느 신문의 사설이 지적한 것처럼 '내신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표출', '잘못된 입시제도가 낳은 폐단'이니 하며 초점을 흐릴 생각도 전혀 없다.
오히려 나는 스스로 선생님이기를 포기한 그런 자들은 영원히 교단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교사아닌 교사들이 득시글대는 그런 학교는 이미 학교가 아니므로 폐교해 버릴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범죄를 저지른 그들만의 잘못인가는 다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처벌을 받는 등 응분의 대가를 치러도 제2의, 3의 성적비리라는 범죄가 언제 터질지만 모를 뿐 잠재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면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들 학교가 모두 사립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더라도 일부 언론의 학교와 교사 몰아 붙이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막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와 교사에게 무슨 힘이 있는가. 입시지옥의 교육현실이 거짓과 편법을 가르치도록 종용하고, 인성교육은 그런 용어조차 있는지 모를 정도인 학교현실을 일부 언론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