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집과 학교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퇴근시간 이후를 유익하고 보람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야간 대학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난 2002년도에 졸업을 했던 대학원은 계절제 대학원이어서 방학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였는데 금번에 들어간 야간 대학원은 주 4회 수업이 있는데다가 늦게 끝나는 편이어서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퇴근을 하면 정신없이 책가방을 챙겨 학교로 뛰어 간다. 차안에서 교수님들께서 과제로 내어주신 것을 외우는 작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머리가 히끗 히끗한 아줌마가 웬 히브리어 책?’ 의문을 가지고 힐끔 힐금 쳐다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나 집중이 잘 안되는 오후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큰 소리로 문법을 외우고 발음을 한다. 오후 6시 20분에 수업이 시작되면 9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짬을 내어 원우들끼리 과제에 대한 얘기며 대학원의 정보를 나누다보면 10시가 다 되어서 대학원의 문을 나오게 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차례다.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막 뛰어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밤 10시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역 광장은 번잡한지….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부터 직장동료와 큰 소리로 얘기하며 직장상사의 흉을 드러내어 놓고 있는 사람들 하며…. 어디 그 뿐인가. 전철 안은 요즘 대학생들이 MT를 다녀오면서 서로 친해진 탓인지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박수치며 깔깔대고 웃고 떠든다.
자리가 나서 앉으면 옆에 있는 어떤 남자 분에게서 술 냄새가 팍 풍긴다. 조금 후 술기운을 주체 못하고 힘없이 머리를 떨어뜨린 채 코를 골며 자기도 하고…. 학원에서 막 나온 학생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웬 일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상스런 말 투성이다.
4호선 전철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큰소리가 나며 갖은 욕이 다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즉 조금 전 전철 안에서 어떤 청춘남녀가 버릇없이 굴었다고 신사가 한 분이 그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술이 취했나 보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그 청춘남녀는 가만있겠는가? 마구 대어드니 또 아수라장!
그동안 전혀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한 풍경들이 이제 야간 대학원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실제 내 눈앞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인성교육차원으로 3본 생활 즉 기본예절, 기본질서, 기본가정생활의 기본생활습관정착을 부르짖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시점에서 볼 때 매우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은 물론이요, 가정에서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일 때 자녀들이 바르게 배울 것이 아닌가?
형식적인 탁상공론을 지양하고 좀더 생활에 파고드는 실제적인 운동이 일어날 때 변화 있는 사회의 모습으로 거듭 날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며칠 전 도서실에 책을 빌리러 가면서 복도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가다가 우리반 아이들 서너 명이 모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이르던 아이들의 말을 되새기며 쓴 웃음을 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