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에서 8년을 근무한 후 2005년 3월 1일 온양 용화고등학교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산뜻하고 깔끔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는 보람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은 특수학급 학생들과의 대화이다.
교직 생활 중 최초로 특수학급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특수학급 학생이 4명뿐이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모든 시설과 특수학급 선생님이 계시다.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이 그 학생들과 종종 대화를 나누며 간접적으로 교육활동을 돕는다.
처음에는 대화 나누기를 꺼려하던 학생들이었지만 3월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대화를 나눈 후 만날 적마다 무척 기뻐하면서 마구 달려와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그 학생들을 측은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정환경, 자신의 과거, 자신의 미래 등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 4명의 학생들을 보면서 너무 기쁘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 남을 해치려는 의도나 나쁜 생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학생들은 정말 순수함과 정직함을 지닌 선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드러내고 진실하게 대화의 문을 여는 특수학급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되살아난다. 너무나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 자신이 순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온양용화고등학교에 각 종 새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마치 특수학급 학생들의 천진무구함과 행복함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주변의 공기도 너무나 맑아 호흡하면서 느끼는 감촉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오늘도 기원해본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이런 공기를 마시면서 아무런 상처받지 않고 일반학급 학생들과 똑같이 성장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기르면서 행복한 진로를 찾기를 바란다. 특수 학급 담당 선생님과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 특수학급 학생들 수업은 어떠한가에 관해 물었다.
다른 어려움은 없는데 쉬운 내용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들을 이해시키도록 하려면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중증장해를 가진 학생들을 담당할 경우 늘 학생들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그 경우는 정말 많은 인내심과 교사의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많은 보조선생님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의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공동체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흐뭇하고 기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고 인간의 순수함과 진솔함이 흠뻑 배어있는 학생들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거롭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있는 천사들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 싶다. 그들의 이름을 자주 불러본다. 어느 날 인가 특수학급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서툰 글씨로 적어주면서 꼭 외워달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의 이름은 모두 암기하고 있다. 기쁨, 소라, 승주, 영웅! 이름도 참 예쁘고 희망적이다. 앞으로 그들의 이름을 더 자주 불러주고 그 학생들이 인생에서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더 많은 대화를 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