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식목일과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빼고, 공무원 특별휴가를 전면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1일 공무원의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공휴일이 너무 많아진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정부가 너무 ‘놀자판’을 선도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우선 주 5일제 자체를 ‘놀자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휴식 및 재충전 개념이 아닌 셈이다.
또 공무원만 주 5일제 근무를 착실히 시행하여 놀 뿐인데, 거기에 맞춰 공휴일을 축소하면 그것과 상관 없는 많은 국민의 쉬는 날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된다. 왜 많은 국민이 국가의 공복이라는 공무원 때문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십분 양보하더라도 어린이날 정도를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이 온당하다. 아무리 어린이들이 국가의 미래라지만, 지금은 어린이날 제정당시의 상황과 너무 다른 시대가 되었다. 오히려 제 자식만 위하는 젊은 부모의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있을 정도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소정의 가정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렇듯 1년 365일 내내 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끓며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하여 특별히 하루 쉬면서까지 아이들을 위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공무원 특별휴가 조정방안을 살펴보면 마치 22세기를 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경조사 부분의 ‘사망’에 따른 조정방안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관계자는 “가족제도의 변화로 장례문화 등이 바뀜에 따라”라는 이유를 달고 있지만, 국민적 정서를 너무 모르는 ‘철없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가령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초상준비를 하러 즉각 나서야 하는데, 언제 한가하게 연가를 내고 가라는 말인가? 이는 뒤집어 말하면 우리 편하게 놀자고 나를 존재하게 한 근원인 조상모시기를 소홀히 하라고 정부가 나서서 부추기는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떤 정책의 큰 틀을 짤 때 일선현장의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 걸 흔히 탁상행정이라고 비꼬는데, 이번에도 영락없다. 일반 공무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교사의 경우 연가를 내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애사시 특별휴가는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연가는 수업교체 등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제 형제자매가 세상을 달리해도 연가 유무에 따라 가고 가지 못하고의 기막힌 사단이 벌어지게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풍족히 먹고 늘어지게 잘 사는 나라라고 주 5일제를 실시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화해도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뿌리요, 그 의식이다. 그나마 핵가족제도 실현으로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고 인심이 사나워지는 현대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조상숭배와 경로효친의 정서를 장려는 못할망정 오히려 파괴하려는 듯하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주 5일 근무제는 풍요롭고 안락한 삶의 질을 위해서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국민 복지차원의 제도로 알고 있다.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쉬는 날이 너무 많아진다는 생각 자체가 후진국적 발상이다. 그런 후진국적 발상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주 5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