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희 선생님의 "수행평가의 허(虛)와 실(失)" 기사를 깊이 동감하면서 보았다. 대체적인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특히 고1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더 어려움과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본다.
얼마전 학부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반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여학생의 어머니였다. 다음은 통화내용 요약이다.
"어제 저녁에 우리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이유없이 울더군요. 이유를 물었지만 그냥 억울하다고만 하고 계속 울더군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꾸중을 들었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울길래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어떤(실제로는 과목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서는 어떤 과목으로 하고자 함.) 과목의 수행평가를 정말 열심히 잘 해 냈는데, 결과는 10점 만점에 5점. 최소한 9점 내지는 10점을 기대했는데, 5점을 맞고 보니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 여쭈어본 결과 창의성 부족 및 조원과의 협조가 잘 안 되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창의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여쭙지 못하고 그냥 왔다고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학부모의 불만은 아이가 5점을 받은 것보다 창의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것과 과제물로 부과를 했는데, 조원끼리 협조가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선생님께서 어떻게 아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평소의 학교생활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행동을 그대로 확대 해석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학부모는 "그 선생님이 우리아이를 미워하는 모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담임교사로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환희 선생님도 지적을 했듯이 수행평가의 기준이 명쾌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즉, 창의성이라는 기준은 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행평가를 과제로 부과하면 대체로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단 과제물로 부과된 것부터가 공정한 평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수행평가 이므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시간적인 제약이 있긴 하겠지만,,
위와 같은 경우 주변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창의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면 그것은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
또하나의 문제, 바로 조별 평가의 문제이다. 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과학교과의 예를 들면 바로 문제점이 나타난다. 즉, 과학과의 경우 수행평가를 할 때 보통 3-4명 또는 5-6명이 한 조를 이루게 된다. 대개는 실험을 수행하여 그 결과를 채점하게 되는데, 다른 과목에 비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조별로 실험을 하기 때문에 조원 모두가 열심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험보고서는 조원 모두가 거의 같게 작성이 된다.
이런 경우 실험 도중에 조원의 동태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조원 모두에게 같은 점수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더 열심히 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행평가의 취지 자체는 백번을 이야기해도 이론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객관성, 공정성이 확보되어야만 그 취지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평가의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 기준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수행평가의 취지는 살릴 수 없는 것이다.
수행평가는 평가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만큼 교사, 학생, 학부모의 신뢰와 이해,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