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우리 할머니가 미웠었는데, 엉뚱한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불쌍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니까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부터는 잘 해드려야겠어요.”
학년 초에 윤리부장이 “우리 학교에서도 복지시설과 결연을 맺어 무너져가는 효의 사상을 일깨우고, 불쌍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서 현대의 물질 만능주의 부당성을 깨닫고, 핵가족으로 인한 부족한 공동체의식을 함양시켜 바른 정서를 순화시키고 아름다운 인성을 길러 봅시다.”라며 ‘노인 복지 시설 평강의 집’과의 결연을 발표하였다.
드디어 6월 11일 토요일, 5학년인 우리 반 학생들은 '평강의 집‘을 찾았다. 학교에서 차량으로 7분 정도의 가까운 곳 이었다. 보통의 살림집 보다 조금 더 큰 집이었다. 25명의 노인들이 살기에는 무척 좁아 보였다. 마당이라야 10평 정도였다. 재래식 마루가 있고 이동식 평상이 있어 바깥 바람을 쐴 수 있겠지만 너무 비좁아 보였다. 10평 남짓한 방에는 예배를 볼 수 있는 단상이 있고 긴 의자가 몇 개 있었지만 너무 좁았다.
우리 학생들이 들어가자 마자 “고맙다. 오늘을 많이 기다렸단다.” 한 할머니께서 무척이나 반갑게 학생들 손을 잡는다. “1년에 연례적으로 한두 번 오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렇게 매달 와 주니까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원장님께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드디어, 학생들 스스로 준비한 위문 공연을 시작했다. 반을 대표해서 학급회장이 사회를 보았다. 무대도 비좁고 마이크 장치도 없어 귀가 어둔 할머니들에게 잘 들리지 않아 무척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시작할 때 끝날 때 치는 박수 소리는 너무도 우렁차게 들렸다. 기뻐하시는 모습들이 천진한 어린 꼬마 같았다.
한복을 입고 ‘어머나’를 신나게 부르는 학생과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시고 마술쇼에서는 큰 박수로 답례도 해주셨다. 마지막 순서에는 우리 반 모두가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라는 곡으로 합창을 할 때 몇 명의 할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도 같이 눈시울이 적시고 있었다. 처음 만남이지만 친할머니처럼, 친손자처럼 서로에게 마음에 감동이 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안마해드리며 이야기 나누기’시간이 되었다. 어린 꼬마 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아이구 시원하다. 나도 너 같은 손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할머니, 식구들은 없어요?” 둘 사이엔 정다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얘들아, 6월에는 우리 반이 ‘평강의 집’위문 봉사활동을 가게 된다. 어떻게 할지 학급회의에서 토론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선생님 저희들끼리 할테니까 나가 계세요.”5학년, 아직은 어리지만 맡겨 두기로 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2가지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생각보다 많았다.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 초코파이, 과자, 화장지, 감자, 비누, 치약, 칫솔, 수박, 토마토, 사탕 등 많은 위문품도 준비하였다. 아마도 매달 위문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미 다녀온 학생들에게 듣고 준비를 더욱 잘 한 것 같았다.
금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하여 한동안 ‘아이들이 시골에 사는데도 왜 이렇게 시골 어린이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만큼 자기중심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애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합창을 할 때 너무 슬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울고 계셔서 눈물이 났어요. 좀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정말 안쓰러웠어요. 우리 보다 못살고 가난하고 자식도 없고 ……. 정말 불쌍했어요.”
“ 애들이 내 손자라면 좋겠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미 깊어 질대로 깊어진 주름, 마른 장작 같은 거친 손으로 내 손을 잡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