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니 책상위에 중학교 1학년 아들의 외출증이 눈에 띈다. 사유를 보니 ‘집에 체육복 가지러 감’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자괴감과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아들에게 외출 사유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원, 세상에!”가 나오고 말았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중학생들의 의식구조를 알고야 말았다.
사연인즉,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대변이 보고 싶어 쉬는 시간에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하였으나 학생들이 너무 많이 들락날락거려 그 상황에서 불안정하여 볼일을 보기 어렵고 또, 친구들이 놀리고 하여 도저히 해결을 할 수 없었단다. 그렇다고 공부시간에 선생님께 속사정을 말씀드리기엔 용기가 나지 않고….
그러다가, 용변을 참고 참다가 꾀를 내어 생각한 것이 외출증을 끊어 집에까지 달려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뿔사, 너무 오래 참았던가! 5분거리인 집에까지 차마 오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공원 화장실에서 큰것을 해결하였던 것이다.
“에이, 못난 아들아! 학교에서 해결해야지, 그렇다고 집에 와?”
내 아들만 그럴까? 동료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우리 학교 사정을 알아보았다.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볼일을 주로 집에서 해결하고 학교에서 대변 보는 것을 꺼리고 부끄럽게 여기며 그런 학생을 보면 당연히 놀리고…. 볼일 보고 나온 친구에게는 냄새가 난다고 흉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리적인 현상을 어쩌란 말인가? 그것을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가? 친구가 안정된 마음으로 볼일을 보도록 화장실 문을 지켜 줄 수는 없는가? 그 냄새, 삶의 향기(?)로 너그럽게 받아 줄 수 없는가? 올바른 화장실 문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기사 아파트 비데 문화에 익숙한 도시 아이들. 학교 화장실이 열악하긴 하다. 행정실장에게 학교 비데 설치 의견을 물었더니 관리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다. 교직원용은 관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흔히들 화장실을 보면 그 나라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 시설도 문제이지만 정상적인 배변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런 친구를 놀리고…. 학교에서는 도저히 볼일을 못 보아 집으로 달려오고…. 일부는 참다가 때론 변비에 걸리고…. 비데 설치는 관리 비용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한때 화장실에 꽃과 시화(詩畵)가 걸려 있고 음악이 흐르고 향기가 나고…. 우수 화장실, 학교 표창도 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 아닌가 싶다.
호텔 화장실처럼 깨끗하고 편안하고 아늑하고 조용하고 안정된 가운데 일을 치루면서 쾌변의 기쁨도 느끼고…. 학교 화장실도 그렇게 만들었으면 한다. 학생들 잘못된 용변문화도 교육을 통하여 바르게 지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