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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옵서예” 언제까지...

6월 27일에서 29일까지 2박 3일 제주도에 수학여행차 다녀왔다. 기상대의 장마 소식에 노심초사하여 우의와 여벌옷 그리고 비상약을 챙겨서 떠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각 학년 6학급씩이라 20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움직이는 데도 두 번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출발하게 되었다.

도착한 여정지 제주도! 순수한 교과학습의 연장이라는 수학여행의 취지를 살려 여행사에서 제시한 관광 코스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주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선인들의 얼을 찾아 일일이 코스를 정했다. 어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곳은 제외하고 순수 학창시절에 갈 수 있는 곳을 선정하니 학생들도 배운다는 이미지보다 여행이라는 흥겨움을 더 찾고자 하는데 있는 것 같아 옛 선인들의 형설지공이 떠오르기만 했다.

추사 적거지와 하멜박물관, 마라도와 산굼부리, 그 외 학습에 관련된 유적지에서는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았다. 추사적거지에 들려 추사의 유물을 돌아보는 중에 吉祥如意(길상여의) 라는 4자성어가 유독 눈에 띠었다. 그것은 “좋은 조짐이 있으면 뜻과 같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이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1년의 계획은 정초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고 하는 격언을 연상하게 했다.

하멜박물관에 들러 하멜이 타고온 배의 형상을 보고 내부도 살펴보니 당시의 서양과학이 조선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특히 기념품 가게에서 최초의 모형 자전거도 판매하고 있어 문명의 원조를 감상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특히 월드컵의 신화를 창조한 한국 축구의 공로자 히딩크 상도 두 나라 사이의 우의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 같았다.

여름이라 해는 길고 일과는 빨리 마치는 듯해 길고긴 시간을 야간 레크리에이션으로 돌려 여정지에서 자신들의 재주를 뽐내는 것도 평소 학창시절에 관찰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끼를 보게 되어 학생지도에 또 다른 면을 얻는 것 같아 환경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제주도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육지의 날씨는 너무 좋은 데 마라도 주변 상태는 좋지 않아 마라도를 가지 못하고 여미지 식물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하여 三多島라고 했던가? 세월의 흐름탓인지 제주도에 보이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돌만도 많은 것이 아니었고, 바람도 많은 것도 아닌 듯하고, 여자가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곳곳에 보이는 것은 돌멩이지만, 쭉쭉 뻗어가는 아스팔트는 주변 자연석을 잠식해 가고 있었고, 바람이 많다고는 하나 하늘을 치밀어 올라가는 건물들의 높이는 바람의 길조차 막아 항시 불어대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은 많지 않는 것 같았다.

특히 차량으로 이동하는 오늘날 그 감도는 낮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불어 대는 바람은 쉴 줄 몰랐다. 바다를 끼고 있는 제주도라 여자가 많다고 하지만, 해녀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명의 혜택으로 거대한 어선들이 바다를 누비며 해산물을 거두어 들이는 오늘의 세상살이는 육체로 바다 밑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해녀들은 이제 그 자리를 내 주어야만 했다. 특히나 근해일수록 오염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해녀들의 먼 바다 진출은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만 제주도의 희귀산업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2박 3일 동안 일정을 마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 자세와 제주도 체험학습현장 모습에 있어서 어제와 오늘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진지한 자세보다는 여행이라는 여정에 더 들떠 있었고, 체험학습장은 상업적으로 점점 물들어, 가는 곳곳마다 학생들과 관광객을 위한 상술로 붐비는 세태는 제주를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번에 제주도를 찾는 것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예전에 갈 때보다 더 흥겨움이 없었고, 제주도의 맛을 덜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가는 곳마다 아스팔트 길에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이 거리 곳곳의 구경거리를 감하고, 개발로 인한 순수한 제주도의 자연 파괴는 가면 갈수록 심화되어 조만간 제주도도 육지와 다를 바 없는 사태가 오게 되어 “어서 옵서예”라는 말이 언제나 계속될지 장마가 계속되는 하늘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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