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김대은 선수는 내가 근무했던 영광중앙초등학교 3학년 때의 제자가 분명했다. 어느 아이보다 똘똘하고 개구쟁이였던 귀엽던 소년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학기 초 어느 날인가, 자리 배치를 하려는데 대은이가 한 마디 했다.
"선생님, 앉고 싶은 사람하고 앉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짝이 되어야 한다."
"에이, 남자끼리 앉으면 안 되나요?"
"난 아직까지 그렇게 자리를 앉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럼 이렇게 하자. 가장 먼저 말하는 사람에게 짝을 주기로……."
그렇게 말했지만 수줍은 아이들은 아무도 선뜻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
"에이, 바보들이다. 우리 반 남학생들! 용감한 사람이 미인을 차지하는 건데……."
그러자, 제일 먼저 대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저 000랑 앉을래요."
그러면서 남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던 예쁘장한 여자 아이를 지목해서 제일 먼저 짝꿍을 차지했다. 그러자 다른 남학생들도 앞 다투어 여자 아이들의 이름을 댔다. 그렇게 해서 우리 반 아이들은 서로 선택해서 자리를 앉게 했으니, 짓궂은 담임에 못지않은 대은이었다.
지금 현재 국가 대표 체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일 선수도 우리 반 아이였다. 그 때 영광중앙초등학교에는 체조 선수를 지도하는 시스템이 있어 선수를 선발하여 지도하는 학교였다. 그 애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에 나는 우리 반 아이들 4명이 학기 초부터 체조 반에 선발되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시간은 체조 연습에 들어가서 열심히 활동하던 작은 소년들이었다. 두 아이는 몸도 민첩하고 성격도 밝아서 오전 수업만 마치고 강당으로 체조를 배우러 가는 부지런함을 보인 아이들이었다.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일이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인데 그 어린 날부터 자신의 앞길을 스스럼없이 선택하여 열심히 살아오며 흘렸을 땀과 눈물이 얼마였을까? 부상으로 고생했을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그가 메달을 걸고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동안 내 가슴은 숨이 멎을 듯이 기쁘고 대견했다.
이렇게 먼 후일에 제자의 모습을, 그것도 온 인류가 다 보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체조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졸이며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아깝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우리나라 체조 역사상 처음 이룬 쾌거라 하니 더욱 값지고 자랑스러운 제자이다. 그 아이들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매트와 마루에 뿌렸을 피 같은 땀의 결실 앞에 끝없는 찬사를 보내며 오늘의 영광이 밑거름이 되어 그의 앞날이 더욱 환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장하고 장하구나. 아름다운 열매를 보는 ‘청출어람’의 기쁨으로 올 여름은 어떤 더위에도 지지 않을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