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음악 선생님인 교직 5년차의 진(秦) 선생님. 수업도 열심히 하고 학급 관리도 잘하고 흠 잡을 곳 없는 3학년 담임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이 오늘 아침, 학생들로부터 하도 어이 없는 일을 당해 학교 홈페이지 학생 자유게시판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교감인 내가 읽어 보아도 씁쓸한 마음 그지없다. 그러나 학생 탓만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의 힘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교육을 방기(放棄)할 수는 없다. 교육자의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진 선생님! 힘내세요. 여러 선생님들과 힘을 합쳐 잘못 나가는 우리 제자들 바로 잡읍시다. 교감도 함께 힘이 되겠습니다.”
진 선생님 글을 아래에 소개한다.
3학년 장구수업을 하려보니 장구가 부족하여 다른 곳에서 장구를 6대 빌려 차에 싣고 아침에 학교에 왔습니다. 모두 들고 4층까지 올라갈 수 없어 학생들의 도움을 빌리고자 교문 쪽으로 나갔죠.
때마침 열댓 명의 2학년 남학생들이 들어오길래 5명만 선생님을 좀 도와달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획 돌리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황하여 한 번 더 불렀지만 한 사람도 돌아보지 않고 모두 도망가더군요.
뒤에 들어오던 1학년 남학생과 몇몇 여학생을 불러 도움을 받긴 했지만... 아침부터 기분이 참 씁쓸하더군요.
문득 저의 학창생활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의 심부름을 서로 하고 싶어하던 그 때.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신다는 것은 곧 나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키시면 신나했고 오히려 어떤 학생만 계속 심부름을 시키시면 '선생님은 쟤만 이뻐한다'며 투덜거렸던 그 때.
그런데 몇 년 지나지도 않은 지금. 선생님이 불러도 혹시 뭐라도 시킬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학생들을 보며 과연 우리가 올바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