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귀가 쟁쟁하게 울어대는 매미 덕분에 새벽잠을 설쳤다. 지난밤 내내 읽어낸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덕분에 꿈속에서도 책 속의 주인공들과 데이트를 즐기느라 행복한 여름밤을 보냈다.
방학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책 속으로 잠수하는 기쁨이다. 방학 첫날 책방에 가서 그 동안 적어둔 목록을 들고 자정까지 책을 고르는 행복함, 어깨가 무겁도록 보듬고 와서 밑줄을 치고 탄성을 지르며 작가와 같이 눈물짓고 공감하는 그 행복한 밀월여행.
우리 연곡분교장은 피서철이면 내방객이 많아서 여름 방학 중에는 학교를 비우지도 못한다.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1정 강습중인 선생님을 빼고 3명의 선생님이 학교 근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요일에 다녀간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를 정리하고 교실로 들어와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며 인터넷으로 교육 뉴스를 검색해보니 즐거운 소식이 반긴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김준형(서울과학고 3), 노상원(한성과학고 3), 김병길(대구과학고 3), 이상현(경기과학고 3)군 등이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여 종합우승을 했다.는 행복한 뉴스(아이뉴스24)였다.
이공계 학생들의 설자리가 부족해서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이 나라의 기둥들이 오늘도 묵묵히, 열심히 그들의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 실험실을 오가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책과 힘을 겨룬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겠으며, 순간순간 무너지는 자신을 다독이며 홀로서기로 버텼을까?
자랑스러운 그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예전 일들이 생각났다. 나도 10년 가까이 초등학교 6학년 수학경시대회를 지도하며 방과 후, 방학 시간 등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 적이 많았다. 경시대회를 위한 사전 준비부터 선발, 계속지도, 도 대회 참가를 위해 집에 데리고 가서 잠을 재우던 시골 아이들. 이제 그들은 거의 다 이공계 학교를 진학했다. 때로는 그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우리 집 돌배기 아들의 이가 빠지는 줄도 모르고 새벽 공부를 챙기고 간식을 챙기던 열정이 생각났다.
수학경시대회 때문에 수학을 사랑하게 되었다던 아이들은 이제 청년으로, 직장인으로, 연구원으로 젊음을 익히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수학을 애인 만들기’를 구호처럼 신봉하며 6학년을 즐겨 맡곤 했던 그날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이공계 학생들의 분발을 성원하며 그들이 기초 학문의 초석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퀴즈처럼, 게임처럼 재미있는 수학 공부로 수학이 즐겁기를, 신나는 실험으로 과학실을 생쥐처럼, 자기 집 안방처럼 즐겨 찾던 아이들이 보고 싶다.
(S대 문제로 시끄럽지만 이공계를 지원하고 다독이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주어 이 나라의 기초 학문을 튼튼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