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관공서 등 주 5일 근무가 전면 실시되었다. 학교 등은 월 1회(넷째 주 토요일)의 부분적이고, 그나마 쉬는 날 수업을 다른 요일에 옮겨 보충을 해야 하는 등 온전치 못한 주 5일제이지만, 국민 복지가 한발짝 나아간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선진국 같은 느낌에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이 삼복더위에 생겨 씁쓸함을 안겨준다. 바로 학교의 에어컨 사용문제이다. 에어컨은 있되 함부로 틀지 못하는, 이 기막힌 학교현실은 주5일 근무제가 터무니 없는 수작임을 상기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내가 알기로 일반계 고교는 이미 1, 2년전 학년 전체에 에어컨 설치가 이루어졌다. 상대적으로 열악하거나 소외된 실업계고교는 3학년만 우선 설치가 되었다. 겨우 올해 들어 1, 2학년 교실에도 학교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에어컨이 설치된다.
반가운 일이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연결해 보면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켜지도 못할 에어컨 설치는, 심하게 말하면 희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해도 엇박자로 나가는 교육당국의 생색내기일 뿐이다.
문제는 그것이 특정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데 있다. 최근 교육부가 대도시(서울), 중소도시(충남), 군지역(경북의성)의 초중고 3개교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이들 학교의 공공요금지출 중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평균비율은 37.5%였다. 50%를 넘어서는 학교도 여러 곳이었다.
이의 1차적 원인은 교육용 전기요금이 비싼 데 있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일반용에 비해 8% 싸지만, 산업용에 비하면 47%나 비싸다. 교육용 전기사용료는 농업용·산업용·가로용·주택용·교육용·일반용 등 현행체계상 두 번째로 비싼 값이다.
마침내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나서 인하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전라북도 교육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업용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당·정차원의 적극 추진 및 산자부·한전 등과도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용 수준으로 전기료를 낮출 경우 연간 1088억원 정도가 절감된다는 계산이지만, 그러나 산자부는 난색을 표하는 모양이다. 다원화된 요금체계의 단일화를 통한 인하외 교육부 요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
세상에 50, 60년대도 아니고, 주5일제를 실시하는 이 '복지시대'에 전기료가 비싸서 있는 에어컨조차 사용할 수 없다니, 할 말을 잃는다. 그럴 것 같으면 아예 에어컨이 없는 게 낫다. 학생들 불만에 대해 그럴 듯한 핑계라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비한 수준이지만, 학교여건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건 사실이다. 컴퓨터와 프로젝션TV, 그리고 에어컨 설치에 이르기까지. 그런데도 전기료 부담이 버거워 첨단 설비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뭐가 잘못 됐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당국은 한가하게 연구나 검토를 할 때가 아니다. 산업용 같이 싼 전기료 전환이 어렵다면 별도의 예산 책정이 시급하다. 또 학교 규모나 시설에 따른 차등 배분도 절실하다. 예컨대 48학급과 5학급 학교의 전기료 예산이 같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