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역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 Y장학사(52). 그는 교감 시절, 교장으로부터 받은 아픈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잊어야 될 아픈 과거이지만…. 교장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웅변으로 말해 주는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직원조회 시 일어났다. 교감은 교육청 장학지도를 앞두고 학교의 준비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장학지도에 대비하여 신경을 조금만 써 주십시오. 우리가 집에서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선 집안 청소 등 어느 정도 준비를 하듯이 말이죠."
그런데 이 말이 끝나자, 교장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 장학지도에 대비하여 신경 쓸 것 없고요, 평상시 하던 대로 하기 바랍니다."
교감의 말과 정반대의 말이 교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교감과 교장의 교육철학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에…. 더 심하게 말하면 학교는 교장이 운영하는 거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장이 교감의 말을 정반대로 뒤집을 경우, 교감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 교감과 교장의 말 중,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교장은 교감이 한 말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가 잘 돌아가고 교감이 더욱 분발하여 교감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고 싶을 뿐이다.
교감이 장학지도에 대비하여 신경을 써 달라는 말, 교감 개인을 위하여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학교에 대한 좋은 인상, 손님을 맞이하는 기본 자세, 그런 것도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교육이 된다고 보았을 것이다.
교장이 평상시대로 하라는 말, 이해가 간다. 손님이 왔을 때 위선적으로, 가식적으로 하지 말고 평상시 잘 하라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감이 한 말을 부정했을 경우, 미치는 파급 효과를 생각해 보았을까? 자녀 앞에서 어머니가 한 말을 어버지가 그 자리에서 반박할 경우, 자녀가 가야할 길은 도대체 어디인가?
그 날, Y교감은 얼굴이 굳어져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퇴근 후 교직원 회식 자리에서도 벌레 먹은 표정으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교장도 눈치를 챘는지 그 날 그 사건 이후 다행히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이 교감의 말을 뒤집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장의 리더십, 말 한마디에서 나온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각 부장들이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르게 돌아가는 학교 모습이다. Y장학사, 그 아픈 기억, 세월이 좀 더 지나면 잊혀질까?